Robert J. Einhorn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상임고문· 전(前) 국무부 차관보

부시 행정부는 선제 군사공격에 더 중요성을 두는 새로운 국가안보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몇몇 위험한 상대들, 특히 테러 집단들을 다룸에 있어 충분히 정당화된다. 그러나 한반도를 포함해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엔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새 전략은 가을까지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겠지만,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연설에서 간략히 언급했다. 그는 종래의 억지와 봉쇄 수단이 ‘보이지 않는 테러 그룹’이나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균형감 잃은 독재자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적의 계획을 무산시키고 최악의 위협이 실제로 나타나기 전에 맞부딪쳐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리스트들은 국가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테러에 대한 우리의 사후) 보복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하므로, 그 같은 선제 군사공격은 정당하고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아니라) 국가에 대해서도 선제공격이 올바른 선택방안인가 하는 것은 여러 요인들에 달려 있다. 선제 공격에 대해 예상되는 상대국의 반응이라든가, 그같은 나라들이 던지는 위협을 줄이기 위한 다른 방안들이 있느냐의 여부라든가 하는 것들이 포함된다.

이라크의 경우에는 선제공격이 옳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칠 수 있다.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장착한 미사일을 이웃 나라에 발사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신속하고도 위력있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이라크의 보복이 가져올 위험 정도는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종래에 이라크가 유엔의 말을 듣지 않고 무기사찰관들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국민들의 큰 희생 속에 대량살상무기 개발사업을 존속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종식시킬 수단으로서는 국제 사찰이 선제공격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은 대단히 다르다. 비무장지대를 따라 배치된 강화된 진지 속에 있는 수천문(門)의 대포들과 대량살상무기 탄두를 장착해 있을 수도 있는 수백기(基)의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들은 우리가 먼저 공격해도 한꺼번에 모두 파괴시킬 수는 없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서울과 다른 지역에서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의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올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 대해서는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대체 수단으로 협상이라는 게 있다.

문제는 있다. 우리는 위협을 없애기 위해 외교에 의존할 수 있는가. 우리는 북한이 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정직한 대답은 “우리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하고 의심을 받고 있는 지하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긴 했지만 핵무기와 미사일 운반체계에 대한 북한의 궁극적 의도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고도의 위험을 수반할 선제공격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협상을 통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계획을 종식시킬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해야 한다.

선제공격 방안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선제공격이 정당한 경우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예컨대 북한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미국이나 그 동맹국에 대해 곧 대량살상무기로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을 경우가 그렇다. 또한 선제공격을 하나의 선택 방안으로 살려두는 것은 잠재적인 적으로 하여금 더욱 조심하고 자제하게 만드는 데 유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제공격이 다른 좋은 대안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채택하는 방안이 아니라 미국이 선호하는 방안이라는 인상을 준다면 거기엔 위험이 있다. 진짜 위험은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할 필요가 더 커졌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옳은 메시지였다. 그런데 최근의 선제공격 언급은 북한에 헷갈리는 신호를 보냈다. 부시 행정부는 올 가을에 발표할 국가안보전략의 입안이나 특히 선제공격 문제를 다룸에 있어서,그것이 불필요하게 북한의 공포를 증대시켜 북한으로 하여금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에 더욱 매달리게 만들고 협상을 통해 위협을 제거할 가능성을 줄여버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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