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월 25일은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가 뜨겁게 상봉하는 ‘현재’이다. 현재의 절반은 과거이며, 다른 절반은 실현 가능한 잠재적 미래라고 했다. 분단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散華)해 간 영령들과 국호(國號)의 뜻 그대로인 ‘크고 하나된’ ‘대~한민국’을 외치는 미래세대가 역사의 포옹을 나누는 오늘인 것이다.

반세기 전 공산 적화(赤化)를 맨몸으로 막아냈던 서울과 전국은 지금 진홍빛 축제물결이 분출하고 있다. 이런 반전(反轉)이 가능했던 것은 그동안 우리가 피땀 흘려 구축해 온 국방력과 국민의지라는 전쟁억지력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임을 새삼 되새겨야 한다.

오늘이 신나고 미래의 희망이 클수록 과거의 교훈은 더욱 깊이 새겨야 한다. 월드컵 신화(神話)에 6·25의 역사가 묻혀서는 안 된다. 6·25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없다. 그것은 자유와 번영은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순간의 허점이 모든 걸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는 뼈저린 경험이다. 화해와 협력을 표방하는 것만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6·25 전쟁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남북화해 시대가 표방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안이한 ‘전쟁과 평화’론(論)이 일고 있다. 한반도 북녘에 엄연히 완강한 냉전세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성급히 한반도 분단구조 자체가 이미 탈냉전 체제로 바뀌었다고 판단해 일방적인 조치와 자세로 우리의 정신적 제도적 ‘무장해제’를 초래하는 일부 흐름이 그것이다.

6·25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경제건설과 민주화를 이룬 ‘기적’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월드컵 ‘기적’이 존재할 수 없었음을 되새기는 오늘이 돼야 한다. 6·25는 결코 잊혀진 전쟁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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