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활기찬 행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태 진전이다. 베이징(北京)에서의 연이은 사건으로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하고 관련국들의 입장과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와중이어서 미 의회의 활동은 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과 북한에는 적잖은 자극과 압력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상원은 중국 정부에 탈북자들의 안전한 망명 허용과 북한으로의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하원에 이어 19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상원은 또 21일 탈북자 청문회를 열어 실상을 파악했고,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탈북자들을 미국의 합법적 난민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미국 행정부가 탈북자들의 망명 허용 금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 법안이 당장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 내의 탈북자 논의가 매우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 의회가 탈북자 문제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데는 대중·대북 정책과 관련한 정치적 고려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도적 배려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본다. 의회의 활동방향은 미국 언론 보도와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그동안 탈북자들의 처참한 인권상황은 미국 언론이 적잖이 다루어 왔다.

미국 의회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한국 국회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심을 떨칠 수 없다. 민족의 문제를 고민하고 대처하는 일에서 남의 나라 뒤나 따라가겠다는 것인지 한심한 일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고, 국회는 정부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주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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