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 대표단의 방미 취소로 귀결된 프랑크푸르트 사건을 전적으로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 국무부 당국자는 5일(현지시각) “100 %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국무부 설명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김영남 일행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미국 항공기를 타는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으며, 공항에서 승강이가 발생한 사실도 당시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모든 일이 터진 다음에야 미국 정부는 사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또 미 항공사가 검색절차를 잘못 처리했다고도 보지 않고 있다. 다른 한 당국자는 “항공사는 연방항공국(FAA)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했다”면서 “테러지원국의 국민이 미국 항공기를 타고 미국으로 입국하려 할 경우 보다 철저한 검색을 하는 것이 FAA의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통상 북한 관리들이 미국의 초청으로 방미할 경우 사전에 스케줄을 통보받아 공항 측에 검색절차를 ‘면제(waive)’해왔다.

국무부 당국자는 또 “이번 사건은 미국 정부와 상관없는 민간항공사가 관계된 일”이라며 “더이상의 공식적인 사과 표명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날 백악관의 조 록하트 대변인은 “옷 벗기는 검색은 없었다”며 북한 주장을 일축하고, “이번 사건은 (북한이) 우리의 절차를 잘 몰랐던 점도 복합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 신속히 백악관 대변인과 국무부를 통해 유감의 뜻을 표하고, 미·북 대화가 후퇴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밝혔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이번 사건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도중 주최하는 7일 저녁의 리셉션에 김영남을 초대한 마당에, 사소한 시비로 문제를 일으킬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사건은 향후 미·북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근 북한의 행보를 의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던 미국 정부로서도 북한의 ‘억지’에 마냥 끌려가지 않고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워싱턴=강효상기자 hs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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