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첫 정상외교 상대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유럽연합) 중심 국가를 택한 것은 자신의 정상외교 무대를 더욱 넓히려는 시도다.

지난해까지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강)외교’에 주력한 뒤, 이제 국제질서의 또다른 중심축인 EU를 찾는 것이다.

15개 회원국이 통합된 EU는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 국제교역의 5분의 1을 점하는 인구 3억7000만명의 세계 최대시장이다.

또 미국(37.5억달러), 일본(17.5억달러)을 제친, 대한(대한) 제1투자자(누적액 62.6억달러)이자, 작년 11월 기준으로 우리가 296억5000만달러를 수출한 우리의 두번째 수출대상국.

김 대통령의 이번 EU 순방은 통상, 세일즈 외교의 강화라는 큰 목적 외에도, 대북 포용정책의 국제적 지지기반을 EU로까지 확대하려는 의도도 포함하고 있다.

김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의미도 있다. 베를린으로 수도를 옮긴 ‘통일 독일’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올해를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삼으려는 구상을 가다듬을 수 있다는 점. 또 EU 국가들이 정보화 선진국이라는 점도 ‘10대 정보강국’ 이라는 국정목표를 내세운 김 대통령이 유념하는 대목이다.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3차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사전 정지(정지) 작업도 할 예정이다.

또 한국 국가원수로는 로마 교황청을 처음 방문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평화-민주주의-인권문제는 물론, 북한경제, 북한인권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눈에 띄는 행사다.

이탈리아에서는 대구를 국제적 섬유산업의 센터로 만들기 위한 ‘밀라노 프로젝트’를 협의한다. 김 대통령은 98년 4월 취임직후 ASEM 참석차 영국을 방문했으나 EU 여러 나라의 동시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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