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지해범기자】 북한 미사일 전문가 임기성씨 부자(사진)의 탈출은 북한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연좌제(련좌제) 형태로 조여오는 숙청 압박, 그리고 민족의 비극을 막아야겠다는 사명감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의 국경선에 가까운 양강도 지역에 근무하던 임씨 부자는, 작년 중순 평양의 고위직에 있는 친척과 주변 인물들이 차례로 숙청당하자 탈출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또 탈북 동기와 관련,중국 체류기간중 주변 사람들에게 “민족을 위해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 부자의 탈북은 작년말부터 치밀하게 준비됐다. 일찍이 부인과 사별한 임씨는 아들과 외조카김성수씨를 설득, 함께 북한을 탈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이때부터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자료와 연료 샘플 등을 집중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인민군 중좌로 특수부대 중대장인 김씨는 탈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중국 국경을 여러차례 왕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 당일 임씨 가족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증거를 없애고 두 사람이 죽은 것처럼 위장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덕분에 북한 당국은 임씨의 탈출 사실을 최근까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들어온 임씨 일행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현지인으로 신분을 위장, 여권을 발급받은 뒤, 미국 당국의 협조로 비자를 얻어 미국으로 들어갔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이 임씨의 망명을 도와준 것은 임씨가 북한내의 미사일 개발 전문가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60년대 소련으로 유학, 미사일 관련 기초기술을 습득했을 뿐 아니라, 90년대 중반 중국의 미사일 기지에 파견근무하면서, 당시 중국이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 작전에 참가한 경력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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