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균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천연두 백신을 생산키로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바이오릴라이언스’라는 세균 실험 관련 제조업체가 최근 미 정부로부터 군사용 천연두백신 30만명분 납품 계약을 따냈으며, 이 회사는 연말 이전에 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포스트는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9월말까지 4000만명분 천연두 백신 생산업체를 추가로 선정하는 등 앞으로 10년 동안 천연두 백신 생산에 총 3억22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의 세균 테러에 대한 우려는 지난 92년 구 소련의 세균전 전문가였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카나트얀 칼리베코프가 구 소련이 대량으로 생산한 천연두균이 소련 붕괴 과정에서 매각됐거나 빼돌려졌을 가능성을 경고한 후 부쩍 확산돼 왔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미국과 러시아만 엄격한 통제하에 천연두균 샘플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도 갖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CDC가 보유하고 있는 천연두 백신은 1500만명분인 데다 그중 4분의 1은 이미 약효가 없기 때문에 만약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미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천연두는 전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30%에 이르는 질병. 인류 역사상 전쟁과 다른 전염병들로 죽은 사람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5억여명이 이 질병으로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연두 백신 접종은 지난 66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실시돼, 78년 마지막 환자가 영국에서 보고됐으며 80년에는 천연두균 완전 박멸이 선포됐다. 미국은 72년 일반 국민에 대한 천연두 백신 접종을 중단했으나, 군인들에 대해서는 80년대 중반까지 계속했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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