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동굴과 소리의 만남’

용암동굴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북제주군 구좌읍 만장굴(만장굴)에서 31일 동굴음악제가 열린다. 북제주군(군수 신철주)이 ‘2000 새로운 예술의 해’를 맞아 군제실시 54주년을 기념해 마련했다. 음악제를 주관한 동굴소리연구회(대표 현행복)는 주제를 겨레의 염원인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키 위해 ‘통일기원 평화의 소리’로 정했다.

음악제의 무대는 자연이 만든 위대한 예술품으로 일컫는 돌거북바위 앞. 동굴 입구에서 600m 지점이다. 이날의 음악제는 오후 3시 평화통일기원 길트기 놀이를 시작으로 동굴음악회를 위해 결성된 앙상블 C&C(Cave and Concret)의 서곡, 하피스트 박라나의 하프 독주, 테너 팽재유·현행복의 독창, 플루트와 하프의 2중주, 현악5중주 등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하프음악과 동굴음향의 만남은 ‘천상의 소리와 땅 속의 울림’으로 특징지어져 동굴음악만의 색다른 연주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행복 제주대교수는 “용암동굴은 현무암의 다공질(다공질)과 파이프형태의 내부구조로 과장되지 않는 소리를 별도의 스피커 등 음향 확대장치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들려준다”며 “석회동굴의 물방울 소리가 맑고 투명한 여성의 목소리와 같다면, 용암동굴의 낙숫물 소리는 중후한 음색의 남저음 목청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부대행사로 96년 경기북부지역 집중호우 때 북한에서 떠내려온 황소와 제주의 암소사이에 태어나 북제주군 소섬에서 키우는 ‘평화통일의 소’ 소개와 들불축제 및 관내 주요동굴사진 전시와 우리 농산물 전시판매 등도 마련됐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최대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신철주 북제주군수는 “인간의 아름다운 하모니와 동굴내부에 메아리치는 공명의 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통일을 기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번 음악제는 만장굴의 아름다운 내부 경관과 절묘한 자연의 예술가치를 널리 알려 관광객을 유치키 위한 목적도 한 이유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은 95·96년 86~92만여명에서 97년 104만여명으로 100만명을 돌파했으나 IMF여파로 최근엔 절반수준으로 격감한 데 따른 위기감때문이다.

70년 3월 천연기념물 제2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이 동굴은 총길이가 1만4322m로 용암동굴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것으로 공인되고 있고 굴 내부는 연중 11~21℃를 유지, 항상 쾌적하다. 특히 화산발생 때 용암분출로 형성된 돌거북, 돌기둥, 날개벽 등은 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만장굴은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30km지점인 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에 있다. 97년 국내 처음 열린 동굴음악회는 격년제로 우도의 동안경굴 동굴에서 열렸으나 섬으로 관람객이 오가는 이동불편이 많았다. /장승홍기자 shjang@chosun.com

만장굴 입장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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