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외교가에는 요즘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담당 부총리의 탈북자 언급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첸 부총리가 지난 16일 일본의 퇴직 언론인들을 만나 ‘중국은 북한 사람들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자유롭게 살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정책이다’라고 언급한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느냐는 것이다.

첸 부총리가 탈북자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은 탈북자들과 목격자들 증언에 비춰볼 때 분명 사실이 아니다. 최근 베이징과 선양(瀋陽)의 외국공관에 진입했던 탈북자 중 상당수가 중국 당국에 의해 북한으로 송환돼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첸 부총리의 언급은 중국 정부가 비로소 현실을 현실로 인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작심하고 단속한다면 탈북자들이 수도(首都) 베이징 중심부를 배회할 수 있겠느냐”며, “중국 정부도 송환이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만큼 묵인해 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첸 부총리는 또 “북한도 (송환되는 탈북자들에게) 일자리와 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되므로 송환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민감한’ 말까지 말했다. 사실, 송환된 탈북자들을 수용할 능력이 한계에 달한 북한은 이들이 “중국에서 선교사와 한국인을 만난 적이 없다”고 버티기만 하면 못이기는 척 방면하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한다. 이 때문에 중국 경찰들 사이엔 “탈북자 1명을 북한으로 송환하면 친구 이끌고 2명, 3명이 돼서 되돌아온다”는 말도 유행한다.

‘탈북자를 송환하지 않는다’는 첸 부총리의 말이, 외국 언론인들을 만나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중국의 정책이 바뀌고 있음을 밝힌 말이었기를 바란다. 중국 정부도 이제는 한계상황에 도달한 탈북자 문제에 대해 현실적이고도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呂始東·北京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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