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교수식당인 패컬티 룸에서 특별 메뉴라며 말고기 스테이크를 권유받은 기억이 난다. 2차대전 전시 중 식량난 때 먹기 시작한 향수식품으로 손꼽는 명요리가 돼있다고 들었다. 낙타고기는 영국식 로스트가 좋고 코뿔소는 지느러미살이, 캥거루는 포도주 찜― 하는 식으로 미식가 앞에 못 먹을 짐승고기는 없다. 남측 언론사 사장단 방북시 만찬에 육류 스테이크가 나오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하늘소 고기라고 설명했다 한다. (김일성)주석이 당나귀라는 이름이 좋지않다고 해서 하늘소로 고쳐 부른다는 것이다.

귀한 손님에게 내놓는 흔히 먹지 못하는 이색적인 식품인 것 같다. 1870년 보불전쟁(보불전쟁)으로 파리가 포위당했을 때 카페의 크리스마스 특식으로 당나귀 머릿고기가 나왔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파리에 갇혀있던 작가 빅토르 위고의 ‘공포의 해’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말고기 쥐고기 당나귀고기도 먹었다. 파리가 물 샐 틈 없이 포위되자 우리들의 위 보따리는 노아의 방주(방주)에 몰려드는 짐승처럼 가릴 수가 없었다. ’

아브라함이 신의 계시를 받고 늦둥이 이삭을 희생하고자 땔감과 더불어 싣고 간 것이 당나귀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날 때 그 곁에 있었던 당나귀요,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 입성 때 타고 든 것이 당나귀였다. 미구에 나타날 메시아(구세주)도 당나귀 타고 나타날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에서 선인이 타고 다니는 것이 당나귀다. 장과로(장과로)는 당나귀를 종잇장처럼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필요하면 이를 펴 물을 뿜으면 당나귀가 되곤 했다 한다. 문화권에 따라 당나귀 이미지는 이렇게 좋기도 하지만 나쁘기도 하다.

학대받는 신데렐라의 외투는 당나귀 가죽이다. 곧 조악(조악)의 상징이다. 대체로 아둔과 우직, 무능의 상징이기도 하다. 소금짐 지고 가던 당나귀가 물에 빠져 짐이 가벼워지자 솜짐 지고 가다가도 일부러 물에 빠지는 등의 이솝 이야기가 당나귀 이미지를 흐려놓았을 것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 장돌뱅이로 떠돌며 세월에 찌들어 초라하게 늙어가는 허생원의 인생을 당나귀와 동일시한 것 등 찌든 밑바닥 인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하늘소로 이미지 쇄신을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kyoutae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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