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재 일본대사가 “탈북자들이 대사관에 들어오면 쫓아내라”고 지시했다는 일본 언론보도는 한국민에게 심한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일본이 과연 인권이니 인도주의를 운위할 수 있는 세계 일류급 국가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선양(瀋陽) 일본 총영사관에 탈북자들이 들어갔을 때 일본 직원들이 왜 그토록 무기력하게 또는 적극적으로 중국경찰의 영사관 진입을 허용했는지 설명이 필요없게 됐다.

일본 외무성은 문제의 아나미 고로시게(阿南惟茂) 대사 발언을 부인했지만, 일본 언론의 구체적 보도 내용을 덮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는 96년 같은 대사관 공사 때도 비슷한 지시를 한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는 아나미 대사 발언을 개인적 소신이라고 보지 않는다. “망명희망자는 일절 공관안으로 들여놓지 않는다는 게 세계 각지의 일본 공관의 방침”이라는 폭로(도쿄신문)도 있었다.

난민이나 망명신청자를 선뜻 반기는 나라는 물론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신변의 위협을 느끼며 공관에 뛰어들어와 긴급피난을 요구하는 사람을 매몰차게 죽음의 행진으로 내쫓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본 정부는 국가체통을 위해서라도 ‘선양(瀋陽)사건’에 대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 게 아니라 적절한 조치를 신속히 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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