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이 탈북자들의 미국행을 거절한 것으로 13일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미국 소식통들은 중국 랴오닝성(遼寧省) 선양(瀋陽)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했다가 중국 인민무장경찰에 체포된 김한미(2)양 등 장길수군 친척 5명과 미 총영사관에 들어선 3명 등 탈북자 8명의 미국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언급은 미국 당국의 공식 입장 표명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탈북자들을 본인 희망과 달리 한국으로 보낼 것이라는 추측은 진작부터 나왔었다.

신변 처리 협상 기간이 과거에 비해 길어졌고, 한국 정부 또한 '한국행 수용의사'를 거듭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또 뉴욕타임스는 지난 11일 미국이 만약 탈북자의 정치적 망명을 허용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가 더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데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 미국이 탈북자들의 미국행을 마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이밖에도 ▲지금까지 쿠바 난민이나 '보트피플'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경제적 난민은 받아들이지 않아 왔고 ▲탈북자들에게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주거나 직업을 알선해 주기 어렵고 ▲한국행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거절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보면 이는 중국 당국의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서울의 외교 소식통은 이날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보내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고 중국측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겉으로는 '인도주의 원칙'을 되뇌고 있긴 하지만 이미 관례가 되다시피한 '제3국 추방-한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손쉬운 방법을 놔두고 굳이 서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미국행 선례를 새로 남기기 싫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런 '외교적'인 처리는 탈북자 본인의 희망과 일단 배치되는 것이다. 게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갖고 있다던 '북한 주민들에 대한 깊은 동정심'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실상을 스스로 드러낸 셈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양 등은 지난 8일 일본 영사관 진입에 앞서 배포한 영문성명서에서 ▲길수 가족이 노출돼 있는 한국으로 가면 북한 간첩의 위협의 걱정되고 ▲미국에 친척이 살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미국행 의사를 밝혔다.

최씨 또한 미 영사관 진입 직전 인터뷰에서 북한 가족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행을 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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