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탈북자 문제가 국제적인 고민거리로 떠 오르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이나 중국의 인권 침해 사례로나 거론되던 탈북자 문제가 남북한과 중국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에도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남의 문제가 아니다' = 지난 8일 장길수(18.가명)군의 친척인 김한미(2)양 가족 5명이 중국 선양(瀋陽)시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끌려나온 뒤 일본 언론 보도는 최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北朝鮮(북조선)'이니 '連行(연행)'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일본과 중국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외교공방을 전개중이다.

일본 내부 분위기는 자칫 주중 일본 대사나 선양 총영사는 물론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국면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중국 입장도 그리 단순치 않다. 중국은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실 베이징(北京)사무소에 들어갔을 때부터 '제3국 추방-한국행 사실상 수용'이라는 양보와 함께 중국 내 탈북자 및 지원 활동가에 대한 단속과 주중 외국 공관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는 등 강공책을 병행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북한 입장을 고려해 중국이 단속을 강화할 때마다 궁지로 내몰린 탈북자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외국 공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은 이제 미국이나 일본 등과 외교적 충돌까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인권 후진국'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은 200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결코 반갑지 않은 상황 전개이다.

▲미국은 어떻게 할까 = 북한 인권에 대해 공세를 퍼붓던 미국도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력신문 뉴욕타임스는 11일 베이징 현지 외교관과 인권단체 소식통을 인용해 선양 주재 미국,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간 탈북자 8명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신문은 이 사건이 '북한 주민에 대해 깊은 동정심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취해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국 총영사관에 두 차례에 걸쳐 들어간 탈북자 3명이 첫번째 진입이 발생한 지 나흘째 되는 11일 현재 총영사관에 남아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며 과거 베이징의 미국대사관 등에 뛰어든 탈북자들이 대부분 하루만에 중국을 떠나도록 조치된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은 대중관계 뿐 아니라 이번 일로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몰리는 선례가 생길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제3국'으로 주로 이용되곤 하는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의 입장도 그리 단순 치 않은게 사실이다. 물론 이들 국가는 한국이나 미국 입장을 주로 고려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UNHCR도 다른 측면이긴 하지만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의 입장을 주로 반영하고 있는 난민 관련 규약은 소위 '정치적 난민'만 난민으로 인정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 탓이다.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려면 난민에 대한 개념부터 송두리째 바꿔야 할 실정이라는 것이다.

▲대책은 없나 = 가장 먼저 제기되는 대안은 '난민 인정'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고려할 때 아직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만일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할 경우 북한의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적어도 평안북도나 함경북도 주민들은 대규모로 중국에 몰려나올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차선책으로는 중국 내 탈북자 임시 거주를 사실상 인정하는 방안이 꼽힌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국경을 넘는 만큼 중국 동북 3성 지역 등에 탈북자들이 임시로 머무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방안조차 중국이 선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탈북자 문제해결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고민은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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