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선 ‘주민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탓일까. 착오일까, 아니면 북한의 무성의 때문일까.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 과정에서 북한 측의 ‘오류’가 많이 발견돼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만날 줄 알고 갔는데 대상자는 사망했다거나, 이러 저러한 이유로 아예 상봉장에 오지도 못한 경우가 꽤 있었다. 남북은 8월 8일 최종 방문 명단을 교환했지만, 이번에 평양에선 당초의 상봉 예상인원 210여명 중 160여명만이 상봉장에 나타나 남측 방문자를 만났을 뿐이다. 김희조(73)씨의 경우는 동생 기조씨 생존을 통보받고 평양을 방문했으나 상봉 때는 얼굴도 모르는 조카로부터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듣고 통곡했다. 휠체어에 의지해 평양 땅을 밟았던 김금자(69)씨도 만날 줄 알았던 오빠 어후씨의 ‘2년전 사망’ 소식에 넋을 잃었고, 송혜숙(77)씨 역시 4명의 형제·자매 중 실제 2명이 오래 전에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1998년부터 인민보안성(우리의 경찰청에 해당)이 이산가족을 관리해왔음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어디 있을까. 여러 관측이 있다. 한 탈북자는 “인민보안성의 전산망이 의외로 허술하다”며 “시간이 많지 않아 생사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90년대 중반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부터 유동(류동) 인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당사자가 생존해 있음에도 건강 때문에 상봉장에 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그러나 “북한에서 따지는 ‘출신 성분’의 문제로 인해 상봉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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