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榮奉

오는 29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의 학생 30 여명이 금강산으로 졸업여행을 떠난다. 1인당 경비 49만8000원 중 29만9000원은 정부로부터 얻어 간다. 졸업여행이건 수학여행이건 그 본질은 놀러가는 여행인데 국고에서 경비를 지원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었던가….

이들이 보는 것도 철조망으로 가둬놓은 달러벌이 자연공원이지 사람 사는 북한 땅이 아니다. 여행 도중 학생들은 북한인민보다는 아마도 ‘공짜구경’이 추가경비 낸 만큼 즐길 만했던가를 더 생각할 것이다. 국가 돈을 얻어먹는 달콤한 느낌도 얻어올지 모른다. 필자는 내가 내는 세금을 이런 데에 써도 된다고 동의한 적이 없다.

북한에 달러를 보내는 이 민족적 과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돌아올 때면 우리 위정자들은 코앞에 닥친 장마철에 금강산 댐이 무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나날을 보낼 것이다.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금강산 댐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수자원 결핍 손실은 연 1000억원에까지 이를 수 있다. 앞으로 금강산 댐의 붕괴를 대비해서 북한강 줄기의 모든 댐을 수시로 비워놓게 된다면 그 피해는 몇 배 더 커질 것이다. 지금은 이것보다는 이 댐이 언제 무너질지 모를 모래탑이 돼 버린 것을 걱정해야 한다. 5공 때 알려졌듯이 남한 땅 초토화를 염두에 둔 건설이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것이 종국에 남한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노심초사시키는 고질이 된 것에는 차이가 없어졌다.

김대중 정부는 대북관계 호전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고 큰 발전이 있었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이런 정부가 댐의 관리에 관해 북한과 어떤 협상을 벌인 적이 있는가? 오히려 댐의 누수를 인지하고도 국민한테는 쉬쉬했다는 의심이나 받고 있다. 이번 위기의 중차대성을 인식하고 차제에 북한을 설득해 금강산 댐의 공동관리를 위한 협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남북이 부실한 금강산 댐을 공동 수리하는 문제, 남쪽에 수문을 내고 유수량을 배정하는 문제, 이에 따라 감산될 북한의 전력을 남한이 공급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가장 구속력있는 협약을 체결하도록 나서야 한다.

북한은 이미 “공화국의 임남댐은 건축 역사상 가장 튼튼히 구축된 댐”이라고 선언했다. 이것이 그들의 불변철칙의 입장이라면, 북한은 더 이상 한민족의 미래를 같이 논의할 동포가 될 수 없다. 이번의 위기는 국제법과 같은 제도적 굴레를 벗어나 남북 동포가 공생(共生)하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끝까지 금강산 댐 공동관리의 제의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그들’이 언젠가 ‘홧김에 불 싸지를’ 소지도 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이 경우 일체의 경협을 중단하고, 이 돈을 대응댐을 증축하고 북한을 대비함에 사용하려는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중국의 전국시대 송(宋)의 양공(襄公)이 초(楚)나라와 교전할 때 공자 목이(目夷)가 “적이 반쯤 건너왔으니 이때 치면 이길 수 있을 것” 이라고 진언했다. 양공은 “그건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다. 진정한 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이겨야 한다”고 꾸짖었다. 목이가 다시 적군이 진용을 정비하기 전에 치자고 진언했을 때는 “군자는 남이 어려울 때 고난을 주지 않는다”고 듣지 않았다. 이윽고 초군이 군용을 정비해 공격해 오자 해이해진 송군은 대패했다. 송나라는 망하고 후세에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경구(警句)만 허망하게 남겼다.

우리의 ‘군자(君子)’ 정부가 북한의 어려움을 배려한 만큼의 100분의 1에도 북한은 정정당당해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의도됐건 의도되지 않았건 금강산댐이 허물어지는 날이 온다면, 미래의 국제사회에도 ‘Korea’s humanity’라는 조롱의 경구가 남게 될지 모른다.
/중앙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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