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과 9일 중국의 선양(瀋陽)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에 탈북자 3명이 진입한 사건과 8일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탈북자 5명이 들어가려다가 중국 무장경찰에게 연행된 사건은 당사국들인 중국·미국·일본과 남·북한 등 적어도 5개국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됐다.

9일 현재 이 사안은 이들 8명의 처리 문제와 중·일간 외교적 마찰을 어떻게 푸느냐는 문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 탈북자 처리에 새 ‘중국식 해결’ 선보여
최근 중국 내 외국 공관에 진입했거나 진입하려다 체포된 탈북자 문제에 대해 중국측이 처리 방향의 큰 줄기는 잡은 것으로 관측된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은 9일 적어도 중국이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않으리란 점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현재 현안으로 걸린 탈북자들은 4월 29일 베이징(北京)의 한국대사관 앞길에서 체포된 탈북자 3명 8~9일 선양의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3명 8일 선양 일본 총영사관 진입 중 체포, 연행된 탈북자 일가족 5명 등이다.

이 중 베이징에서 체포된 일가족 3명에 대해 중국측은 9일 ‘특별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아니어서 여관에서 조사를 해왔는데, 최근 도주했다’고 전해왔다고 대사관측은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처(某處)에서 격리 보호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으로서는 현재 이들을 북한에 송환하거나 중국 국내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국제 여론 때문에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체포된 이들까지 요구대로 제3국으로 보내줄 수도 없어 어느 경우든 ‘공식적인’ 처리가 힘든 상황이다. 중국 정부로선 이 사안을 ‘뒷전’으로 미뤄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따라서 한국 정부의 ‘양해’하에 공식적으로는 “달아났다”고 발표하는 새로운 ‘중국식 해결’ 방식으로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달아난” 3명의 경우엔 우여곡절 끝에 한국행(行)이 허용될 것으로 보이나, 미 총영사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 3명은 이미 ‘확립된’ 비슷한 사건의 관례대로 신속하게 제3국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선양 일본 총영사관에서 체포된 탈북자 일가족 5명은 당시의 목격자 증언과 사진 판독 결과 등을 종합할 때, 2명은 건물 안까지 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3명도 일단 정문을 통과해 영사관 구내에 잠시나마 들어갔다가 끌려나온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그 때문에 일본 정부는 8일에는 2명에 대해서만 인도(引渡)를 요구했다가 9일엔 5명 모두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으로서는 일가족인 이들 5명을 분리 처리하기 어려워 함께 제3국으로 추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쉽게 풀리지 않을 일·중 마찰
8일 오후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탈북자 김광철·김성국 형제가 진입했다가 20여분 뒤에 중국 무장경찰에게 끌려나오기까지 일본 총영사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의 경위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중국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하며 ‘5명 전원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했으나, 중국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일축해 외교 마찰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신문들은 9일 아침 이 사건을 일제히 1면 톱 뉴스로 다루면서 “일본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중국측을 비난했다.
일본 정부도 9일에는 중국에 대한 항의 강도를 높였다.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한편, 전날 “냉정하게 대응하라”던 고이즈미 총리도 격앙된 목소리로 “조약 침해라고 생각한다”고 중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외상(外相)과 정부 부대변인인 관방부장관까지 나서는 등 정부 차원에서 ‘말’로 할 수 있는 항의는 거의 동원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9일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빈(Wien) 영사협약 31조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는 입장을 밝혀, 연행된 5명을 모두 일본측에 넘기라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겠음은 물론, 자신들의 ‘위법’조차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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