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지난 4월 29일 베이징(北京)의 외교단지에서 외국공관 진입을 시도하다가 한국대사관 부근 노상에서 중국 경찰에 체포된 탈북자 일가족 3명이 조사를 받던 중 최근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달아났다고 한국대사관측에 통보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중국측은 또 이들이 공안기관이 아닌 여관에서 조사를 받던 중 달아났으며, 이들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해 이들이 북한 주민인지 한국인인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통보는, 중국이 이들을 북한에 송환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하는 한편, 이들을 법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사실상 석방시켜준 것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도주를 방관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 실제로는 중국 정부가 이들을 다른 곳에서 계속 격리 보호하며 ‘조용한’ 처리를 모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또, 선양(瀋陽)의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있는 탈북자 3명에 대해 이르면 10일 중 제3국 추방 형식을 통해 이들의 희망대로 미국행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의 미국 총영사관에는 8일 2명의 탈북자가 진입한 데 이어 9일 오전 또 다른 탈북자 최광철(21)씨도 약 2m 높이의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최씨도 미국으로 가겠다는 희망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또 8일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체포된 장길수군 친척 일가족 5명도 북한으로의 송환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외무성의 다케우치 유키오(竹 行夫) 사무차관은 9일 우다웨이(武大偉)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8일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중국 무장경찰이 진입해 탈북자 2명을 연행해 간 일에 대해 “빈 조약의 ‘외국 공관 불가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항의하고, 5명 모두를 일본측에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날 오후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의 외신기자 브리핑을 통해, “외교 공관을 보호하기 위해 신분이 불확실한 사람을 끌어내 신분을 확인하려는 것이었으므로, 적법하다”며 “빈(Wien) 영사협약 31조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 일본측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양 미국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총영사관에 진입해 있는 탈북자 3명은 원하는 곳으로 보내지지 않겠느냐”며, “중국측이 탈북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해 중국측으로부터 원칙적인 처리 방침을 전달받았음을 시사했다.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중국이 최근 국제적으로 보도된 탈북자들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낼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외국 공관 진입에 성공한 탈북자들뿐 아니라 경찰에 체포된 탈북자들의 처리 문제에도 낙관적 견해를 밝혀, 이들 역시 제3국 추방 형식을 통해 희망국으로 보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추규호(秋圭昊) 한국 외교통상부 아주국장은 이날 오후 베이징 중국 외교부에서 푸잉(傅瑩)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과 회의를 갖고, 외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는 물론 진입 도중 중국경찰에 체포된 탈북자들도 원칙적으로 본인들이 희망하는 곳으로 보내주기를 원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北京=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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