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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유엔 ‘남북 화해’ 연설 이후...경찰·해경의 전화 3통, 월북몰이 시작
신지인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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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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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서 북한군에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2022년 7월 연평도 인근 사고 현장에서 열린 선상 위령제에서 바다를 향해 흰 국화를 던지고 있다. /뉴스1
 
서해에서 북한군에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오른쪽)씨가 2022년 7월 연평도 인근 사고 현장에서 열린 선상 위령제에서 바다를 향해 흰 국화를 던지고 있다. /뉴스1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유족을 만나 “대응 매뉴얼이 없어서 아무런 조치를 못 했다”고 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서해 공무원 고(故) 이대진씨의 형 이래진씨는 15일 출간될 회고록 ‘서해일기-누가 서해공무원을 죽였나’(글통)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회고록에 따르면, 서 전 장관은 이래진씨가 “실종 보고가 들어왔으면 바로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서 구조 매뉴얼대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묻자 대응 매뉴얼 탓을 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인 이씨가 북한군에 의해 나포됐고, 이를 알고 있었지만 매뉴얼이 없어 대응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또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씨의 구조와 관련해 “모른다” “없었다”고 했다. 이씨가 북한군에 피격된 뒤 두 달 만인 2020년 11월의 일이었다. 당시 정부 당국자들은 이렇게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15일 출간될 예정인 책 '서해일기'의 표지. / 출판사 글통
 
15일 출간될 예정인 책 '서해일기'의 표지. / 출판사 글통

이래진씨가 문재인 정부의 ‘월북 몰이’를 알게 된 건 동생 실종 이틀이 지난 2020년 9월 23일 오후 9시 35분이었다. 연평파출소 소속 경찰은 이씨에게 전화로 “평소 이대진씨가 북한을 동경했느냐”고 물었다. 이씨가 정부로부터 동생의 실종과 관련해 받은 첫 전화였다. 10분쯤 뒤에는 인천해경 수사관이 “월북이나 북한 서적을 언급했느냐”고 했다. 5분 뒤에는 해경 중부청에서도 같은 내용을 물었다고 한다. 경찰·해경으로부터 연 3통의 전화를 받았던 날 새벽,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남북 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래진씨에게 “동생의 월북을 인정하라”고 종용한 정황도 나왔다. 2020년 9월 29일 오후 민주당 황희·김철민·김영호 의원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경기 안산으로 이씨를 만나러 왔다.

서해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오른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는 청원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해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오른쪽)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달라는 청원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이씨에게 “국방부에서 SI(특별취급정보) 첩보를 듣고 왔다”며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드리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씨가 “국가 차원의 보상이냐”고 묻자 이들은 “국가의 보상은 아니며 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씨가 작년 6월 이와 같은 사실을 폭로하자, 황 의원 등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했었다.

해경의 수색 작업을 지켜봤던 이씨는 해경이 엉뚱한 곳을 수색하는 등 수색 과정의 문제점도 다뤘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사고TF를 구성하고 22일 헬기 2대와 함선 20척을 동원하겠다고 수색계획표를 작성했다. 하지만 해경은 헬기가 고장나 수리 중이라는 답을 내놨다고 한다. 실종 27시간 뒤인 22일 오후 4시가 되어서야 헬기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왼쪽) 씨가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외 1명에 대한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 이래진(왼쪽) 씨가 지난 7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외 1명에 대한 추가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예비 후보였을 당시 이래진씨와 비공개 면담을 했던 내용도 자세히 들어가 있다. 2021년 7월 10일 이래진씨와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의 대선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래진씨가 윤 후보에게 사건을 어떻게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냐고 했더니 윤 후보는 “검찰총장 직무정지 시절 검토해서 잘 알고 있다” “검사 시절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 열람한 경험이 많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SI 첩보나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대통령 기록물을 어떻게 열람하는지 법적 절차에 대해 잘 안다” “첩보 자산이 국민을 위해서 활용되어야지 권력 유지를 위해 쓰인다면 이것은 범법 행위입니다. 유족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회고록을 펴낸 이씨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동생이 자진 월북했다고 몰아세웠다”며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은 뒷전이고, 국민을 탄압할 때는 일사불란했던 지난 정권의 민낯을 알리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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