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측근들에 대한 부정·부패 의혹이 심화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불신과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가 결국 김정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4일 북한 외교관을 지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이 북한 노동당·인민군 간부 출신 탈북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정리한 최신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부정·부패와의 투쟁을 우선 과제로 내건 김정은에게는 정권 기반을 뒤흔드는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고 전 부원장은 관련 의혹 연루자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로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과 리선권 당 통일전선부장을 꼽았다. 모두 김정은의 최측근이다. 특히 가수 출신이자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맡았던 현송월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았었다. 당시 김정은을 곁에서 보좌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김정은의 해외 유학 시절 국제전화를 주고받았을 만큼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송월은 비밀리에 무역 회사를 운영하며 사적 외화를 축재해 왔다. 또 대학 동창이나 가수 시절 동료의 불상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겨왔다고 한다. 그러나 당 규율조사부는 현송월이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임을 고려해 모든 혐의를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군 대좌(대령) 출신 리선권도 친족이나 친구 가족이 좋은 조건으로 취업할 수 있게 주선하고, 그 대가로 외화를 얻어 사재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평양과 원산 등 도시를 관할하는 당 간부들이 입지 여건이 좋은 주택을 배정받을 권리 자체를 뇌물로 거래하고, 군을 감시하는 군 총정치국 간부가 다른 간부로부터 뇌물을 받고 자녀의 병역·입당·일류대학 입학 등을 알선했다는 의혹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