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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영문 동화가 北지령문으로...전 민노총 간부 재판서 해독 시연
김수언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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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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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법원종합청사. /뉴시스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시스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민주노총 간부 등에 대한 재판에서 암호화된 북한 지령문을 해독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수원지법 형사14부(재판장 고권홍)는 28일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와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씨,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씨 등 4명에 대한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선 국가정보원 직원 A씨 등이 증인으로 나와 석씨의 PC에서 확보한 문서 파일과 USB, SD카드 등에 있던 북한 지령문을 해독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A씨는 석씨 압수물을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은닉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A씨는 “처음 압수물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docx’ 문서가 상당히 많았고, 문서 대부분이 영문 소설이었는데, 파일명이 매칭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암호문일 수 있다고 생각해 해독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석씨 사무실에서 확보한 다른 외장하드 파일에서 영문자 ‘1rntmfdltjakfdlfkehRnpdjdiqhqoek7′을 발견했는데, 이는 지령문 해독에 쓰이는 특정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한 ‘암호자재’(보안 문서를 열 수 있는 장치)로 밝혀졌다. 이 영문자들을 한글 키보드 타자로 옮겨 적으면, ‘1구슬이서말이라도꿰어야보배다7′라는 글귀가 나온다.

시연에 나선 A씨는 이 영문 문자열을 복사한 뒤, 특정 프로그램을 구동시켰고, 석씨로부터 확보한 USB 암호 문서 등을 기입하자 석씨가 갖고 있던 문서 파일에 북한 지령문이 나타났다. 이 문자열을 복사한 상태가 아닌 경우 프로그램은 실행되지 않고, 암호 문서는 일반 영문 소설 파일처럼 보이게 돼 있다. A씨는 석씨 소유 파일 중 해독되지 않은 암호문도 일부 있었다고 했다.

A씨는 법정에서 이런 방식으로 ‘andersen’s fairy tales’(안데르센 동화)라는 영문 소설 문서를 해독했고, 2020년 5월7일 북한에서 보낸 지령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특정한 문자열을 가지고 위장된 문서를 선택한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은 과거 (북한의) 스테가노그래피(암호기술) 구동 방식이 유사했다”며 “이렇게 특정 조건의 문자열을 복사하고 비밀번호도 입력하는 복잡한 스테가노그래피는 시중에서 구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사용자가 사용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석씨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두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9월과 2018년 9월엔 중국과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직접 북한 공작원을 접선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 민노총 내부 통신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을 북한 측에 전달하고, 북한 지시에 따라 민노총 위원장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시설·군사 장비 등 사진을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명도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거나 지령에 따라 간첩 활동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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