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8명의 중국 선양(瀋陽) 미국.일본영사관을 통한 망명 시도는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 미완의 작품이다.

하지만 앞으로 유사한 사례는 계속 터지고,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남북한과 동시 수교국인 중국의 입장에선 탈북자의 신변 처리 기준을 명쾌하게 정해 놓기가 힘든 상황이다. 중국은 앞으로도 사안별로 대처해 나갈테고, 이 때문에 탈북난민의 `엑서더스'는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같다.

탈북자지원단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30여만 탈북자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해 중국내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하든지 원하는 나라에 보내주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제2, 제3의 탈북-망명 시도는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난 3월 탈북자 25명이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했을 때도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은 '제2, 제3의 유사사건이 이어질 것'이라며 '다른 탈북자 150여명이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경고 메시지를 냈었다.

이어 베이징 주재 독일, 미국, 한국 대사관으로의 탈북자 진입 행렬이 이어지면서 중국 공안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외국공관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이번에 길수친척 등이 선양을 택한 것은 이같은 중국측 조치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 내지 적응현상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경비가 강화된 베이징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계가 덜할 뿐 아니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에 위치해 탈북자들의 이동거리가 짧은 선양이 거사 대상지로 꼽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선양 주재 각국 영사관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계가 다시 강화되면 또다른 지역의 외국공관으로 탈북자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이 외국공관 진입을 선호하는 까닭은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등에 업을 수 있는데다 일단 국제여론의 초점으로 떠오르면 중국 또한 쉽사리 강제 북송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난민 지위' 인정 촉구라는 부수적 효과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탈북자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관계자는 '두겹 세겹으로 철조망을 치고 담을 수십미터 높게 쌓는다 해도 자유와 생존을 향한 탈북난민들의 사활을 건 엑서더스의 의지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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