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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영어도 유창… 워싱턴서 뭉친 전문직 탈북민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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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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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아이젠하워 행정동 앞에 ‘젊은 북한 지도자 회의’의 탈북민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이날 드루 아베세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디렉터와 원탁회의를 가졌다. 이 가운데 가족이 북한에 남아있는 2명은 사진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다./이현승씨 제공
 
1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의 아이젠하워 행정동 앞에 ‘젊은 북한 지도자 회의’의 탈북민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이날 드루 아베세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디렉터와 원탁회의를 가졌다. 이 가운데 가족이 북한에 남아있는 2명은 사진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다./이현승씨 제공

1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실. 20~30대 탈북민 10명이 유창한 영어와 한국어로 “자유”와 “민주” “인권” “꿈”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눴다. 이 모임 이름은 ‘젊은 북한 지도자 회의(North Korean Young Leaders Assembly)’. 고통스러웠던 탈북의 순간을 뒤로하고, 북한에 남은 이들의 자유와 희망을 위해 통일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나선 청년들이다. 탈북민이란 개념에 연연하지 않고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뜻을 담았다.

10명 중 절반 이상이 컬럼비아대, 뉴욕대 등에서 유학하거나 해 억양이 거의 없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다른 이들도 변호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건축설계사 등의 직업으로 한국과 미국에 정착했다. 회의를 주도한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자유롭고 통일된 한국에서 북한 주민들도 우리처럼 자유와 인권을 향유하며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우리가 공유하는 꿈”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사회도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곳으로 만드는 일을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판 대원외고’로 불리는 평양외국어학원을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을 거쳐 중국 동북재경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던 중 2014년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 현재 컬럼비아대 공공행정학 석사 과정에 다니고 있다. ‘오토 웜비어 장학금’을 받고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를 밟고 있는 그의 여동생 서현씨도 함께했다.

이날 참석한 임철 변호사는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민이다. 열다섯에 한국에 정착한 뒤 고려대 법학과,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병으로 여읜 어머니의 묘가 북한에 있다”며 “한국에 와서 변호사가 됐지만 북한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북한 주민과 북한 인권을 계속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저를 비롯한 탈북 청년들의 사명입니다. 자유와 복지가 무엇인지 토론하며 북한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려 합니다.”

북한의 명문 김책공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해리 김씨도 “북한에는 인권, 핵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해결책은 북한의 민주화뿐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해외에 파견됐다가 자유에 눈을 뜨고 현지 미국대사관을 통해 탈북, 2015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당장 북한을 개방시키고 민주화의 길로 이끌 묘안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모여 함께 논의하다 보면 북한의 민주화, 한반도의 평화, 동아시아의 평화로 한 걸음 더 다가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탈북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들도 했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미디어홍보 담당관으로 일하다 국제관계학 석사 취득을 위해 뉴욕대로 유학한 김미연씨는 “우리는 정말로 북한의 변화를 원하지만 많은 경우 (관심의) 초점은 탈북민으로서 얼마나 우리가 고통을 겪었는가에 맞춰진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등장하는 소수의 탈북민들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고 음식이 없어서 바퀴벌레를 먹었다는 등의 얘기를 해요. 그러다 보면 (북한의 변화란) 궁극적 목표로부터 관심이 돌려질 수 있어요. 또 탈북민이라고 밝히면 가난하고 못 배웠다는 딱지가 붙기 때문에 그 사실을 숨기게 되지요.”

함경남도 출신으로 탈북 후 연세대를 졸업한 영화제작자 조의성씨도 “탈북민 친구의 8살 아이가 ‘북한 억양을 쓰는 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이 창피하다’며 학부모 회의에 못 오게 했다더라”면서 “통일 이후를 내다보고 미리 해결하지 않으면 (이질적 문화 등으로) 더 큰 재앙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탈북민들의 한국 정착을 돕는 비정부 기구 ‘우리온’의 박대현 대표, 조경일 피스아고라 대표, 남송 건축설계사,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회의 후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겨 드루 아베세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디렉터와 1시간 30분간 원탁회의를 가졌다. 오는 14일까지 워싱턴과 뉴욕에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영 김 하원의원, 조현동 주미대사, 황준국 주유엔대사 등을 만나고 UN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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