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남북교류협력사업을 벌이면서 남북협력기금을 방만하게 썼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남북 교류와 무관한 ‘2020 세계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7억원을 썼지만 당시 행사는 코로나로 취소됐고, 북한 나선과 러시아 녹둔도 지역의 이순신 장군 유적을 발굴하는 사업에 10억원을 썼지만 엉뚱한 지역만 조사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조사한 결과, 부적절한 사례 15건을 적발했다.

8일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는 민간 보조금 사업을 하면서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부 단체에 보조금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5년간 민간 보조금 139억원의 74%에 해당하는 102억원이 40개 단체에 쏠렸다. 40개 단체 중에서도 상위 5개 단체가 54억원을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만 짜놓고 실제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예산이 불용(不用·예산으로 편성했지만 쓰지 않음)되는 경우도 5년간 49건, 33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평양 문화·예술교류 사업’은 2019년 31억8000만원, 2020년 30억원을 편성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3년 동안 매년 예산을 편성해 놓고 추진하지 못한 사업도 있었다. 감사위원회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예산이 불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지적했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국내 행사에 쓴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 5년간 총 집행액 232억5000만원 중 68%를 내국인 대상 학술 포럼 개최, 홍보 행사, 평화통일 교육 등에 지출했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쓰려면 남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나선·녹둔도 이순신 장군 유적 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남북위원회 심의도 형식적으로 진행해 왔다. 5년간 남북위원회는 47회 열렸는데 29회가 서면 심의였고, 실제 열려도 간단한 행사 개요 등을 확인한 뒤 위원별로 O·X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동북아 국제친선탁구대회’ 등 일부 사업에서는 보조금을 카드 대신 현금으로 정산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3년간 20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였는데 밀가루 등 구입 대금으로 현금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시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집행액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연간 70억원대로 급증했다가 오세훈 시장 취임 후 9억원대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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