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군은 3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한 발사체가 서해상에 떨어진 지 1시간 만에 발사체 일부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군이 북한 발사체를 인양한 적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통상 수일이 걸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빨랐다. 인양 물체는 발사체 1단 또는 2단 부위로 추정됐다. 군은 인근 해역에 ‘위성체’ ‘추진 엔진’ 등 다른 핵심 물체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해군 특수전 전단 잠수팀 등을 투입해 수색·인양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주요 구성품이 추가로 인양될 경우 북한의 인공위성,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력에 대한 정보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北 발사체 잔해에 ‘점검문 13’ 붉은 글씨 - 북한이 31일 ‘군사 정찰위성’이라 주장하는 발사체 1발을 남쪽으로 발사했지만 예고된 낙하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우리 군은 낙하 1시간여 만에 군산 어청도 서쪽 200㎞ 해상에서 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원통형 물체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아래 사진)을 보면 이 물체의 하얀색 외벽에 붉은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 적혀있는데 군은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으로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
 
北 발사체 잔해에 ‘점검문 13’ 붉은 글씨 - 북한이 31일 ‘군사 정찰위성’이라 주장하는 발사체 1발을 남쪽으로 발사했지만 예고된 낙하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추락했다. 우리 군은 낙하 1시간여 만에 군산 어청도 서쪽 200㎞ 해상에서 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원통형 물체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아래 사진)을 보면 이 물체의 하얀색 외벽에 붉은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 적혀있는데 군은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으로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

군이 이날 인양한 물체는 직경 약 3m 원통형으로 발견 당시 물에 떠 있는 상태였다. 이번 발사체의 1단 로켓과 2단 로켓 사이 원통형 연결단인 것으로 추정됐다. 물체 표면에는 빨간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란 글자가 적힌 창문 형태 개폐구가 있었다. ‘점검문’은 북한이 열병식 등에서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단 이음매 부위에서도 식별된 것으로, 각 단의 결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이날 인양한 물체는 육지로 옮겨 군사 연구소 등에서 한미 공조하에 정밀 분석을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번 발사의 실패 원인, 결함 사항도 찾아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만리경’이라고 명명한 위성체나 추진 엔진 잔해 등이 인근 해역에 있을 것이라고 보고 추가 수색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군이 북한의 인공위성 물체를 확보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잔해물을 분석하면 이번 발사체의 전체 크기를 비롯해 액체 또는 고체연료를 사용했는지, 발사체·인공위성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 각종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면서 “각 부품이 순수 북한 기술로 제작됐는지 중국이나 러시아 부품이 들어가진 않았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군은 북한이 지난 29일 위성 발사를 예고한 직후 경계 태세를 강화하며 각종 비상 상황에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 발사체가 궤도에서 벗어나 위험 영역으로 진입할 때 요격하거나 발사체 일부가 서해 또는 남해상에 떨어질 경우 잔해물 수거 작전을 하는 등 여러 상황을 가정해 이에 맞춘 대응 조치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군은 이날 북한 발사체가 예고된 낙하 지점에 도달하기 전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지자 즉각 다른 정보 자산을 통해 추락 지점을 추적했다. 합참은 한미 정보 자산을 통해 발사체가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떨어진 것을 확인해 인양 작전팀을 급파했다. 군은 낙하 지점이 한국과 중국의 중간 해역인 ‘한중 잠정 조치 수역’인 점을 고려해 함정 여러 척을 보내 중국 측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 조치 수역은 서해에서 한국과 중국 어선에 한해 신고 없이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도록 허용된 수역을 말한다.

서해 해안에서 경계 작전 중이던 해군 병력은 낙하 추정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해 오전 8시 5분쯤 북한 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지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속초 인근 동해상에 떨어진 북한 미사일 잔해를 찾는 데만 나흘이 걸렸지만 이번에는 발사 당일 즉각 인양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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