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는 23일(현지 시각) 해외에서 북한 핵·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기 위한 외화벌이에 가담하는 기관 4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을 겨냥했다. 북한이 랜섬웨어(ransoware) 등을 위한 사이버 절도 행위로 핵 및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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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한 정찰총국, 평양자동화대학, 진용정보기술협력회사 등 3곳과 북한 국적자 김상만(58) 등 1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김상만이 보유한 가상화폐 USDT(테더) 주소도 함께 명시했다. USDT는 미국 달러화와 같은 가치를 유지한다는 ‘스테이블코인’의 일종이다.

이들 기관에 대해선 이미 한국 정부가 제재를 가한 바 있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차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 정권의 불법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에 자금을 지원하는 북한의 광범위한 불법 사이버 활동과 IT 노동자 운영 실태를 계속해서 강조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시행한다”고 했다.

외교부도 이날 북한 IT 인력의 국외 외화벌이 활동에 직접 관여해 온 북한 기관 3곳과 개인 7명을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기관에는 북한 국방성 산하 IT 회사인 진영정보기술개발협조회사와 군수공업부 산하 IT 회사인 동명기술무역회사가 포함됐다.

제재 대상 기관엔 북한의 IT·사이버 분야 영재 교육기관인 금성학원도 포함됐다. 금성학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가 다닌 예술 영재학교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IT·사이버 영재도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북한 IT 인력 및 해커 상당수가 이 학원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017년부터 작년 말까지 해킹으로 일본의 가상 화폐 7억2100만달러(약 9560억원)를 탈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에서 탈취당한 가상 화폐 23억달러(약 3조원)의 30%에 달한다. 북한은 베트남(5억4000만달러), 미국(4억9700만달러), 홍콩(2억8100만달러), 한국(1억5800만달러) 등의 가상 화폐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는 북한 당국이 이런 해킹에 직접 관여해 핵 개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재부부는 지난달에도 한국 외교부와함께 북한 국영 은행인 조선광선은행 부대표 심현섭(40)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밝혔었다. 북한 접경 중국 랴오닝성 단둥 조선광선은행 부대표인 심현섭은 가상화폐 불법 환전을 지휘했다고 당시 미 재무부는 밝혔다. 조선광선은행은 북한 대외 금융 업무를 총괄하는 조선무역은행 산하로 두 기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다.

재무부는 지난 3월에도 해외에서 북한 핵·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기 위한 외화벌이에 가담하는 기관 3곳과 개인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었다. 당시 조치는 올해 들어 발표된 첫 독자 대북 제재로, 지난달 1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지 약 2주만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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