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출마자들의 부산·경남지역 합동연설회가 열린 20일 오전, 부산 시민회관. 출마자 15인의 연설에서 빠지지 않은 단어는 ‘정권 재창출’이었다. ‘민주당이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패배하면, 통일도 없고 개혁도 없고, 따라서 나라의 미래도 없다’는 내용들이었다.

“한나라당과 이회창(이회창) 총재는 냉전·수구(수구)세력이다”(이인제·이인제),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는 이회창 총재는 민족의 미래가 될 수 없다”(김근태·김근태), “따라서 민족통일과 개혁을 위한 정권 재창출은 민주당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다”(김중권·김중권, 정대철·정대철), “지금 이 시점에 배수진을 쳐야 한다”(정동영·정동영)….

안동선(안동선)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이산가족 상봉을 보고도 눈물 흘리지 않는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그동안 분단을 이용해 호의호식해온 사람들이 또 때를 만나 개혁을 뒤흔들 수 있다”면서 “(남북간에) 전쟁까지 해야 할지 모른다”는 극언까지 했다.

집권당의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정권 재창출을 외치는 것은 당연지사로,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시기와 주장하는 방식들에 있다.

지금은 대통령의 임기 중반을 막 돌아서는 시점이다. 집권세력이 2년 뒤의 일보다는 지금의 국정을 더 고민해 해법을 찾고, 그 결과로 2년 뒤 평가를 받을 생각을 해야 할 때다. 더욱이 지금 우리 내부는 남남(남남)갈등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예민한 시기이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에 야당 총재를 초청토록 권유하는 것도 이런 갈등을 치유하려는 취지에서다.

이런 시기에 수구니 전쟁이니 하는 등등의 과장된 언사들을 쏟아내는 게 과연 바람직할지를 경선자들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신정록 정치부 기자 jrsh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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