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7일 “한국의 협력 증진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한국인들이 43년 전 광주 민주화 운동 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선택한 것과 같은 이유”라고 했다. 5·18 민주화 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북한 인권 상황 개선 노력을 과거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빗댄 것이다. 국내 진보, 좌파는 광주 민주화 운동 계승을 이야기하면서도 북한 인권 개선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한한 트뤼도 총리는 이날 국회 연설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트뤼도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광주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님을 상기시켜 준다”며 “민주주의는 절정에 있을 때 늘 독재주의보다 강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국인의 피와 희생으로 힘들게 얻어진 것”이라며 “내일은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일이다. 굉장히 기나긴 투쟁이었으나 결국 자유는 승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 중 하나”라고 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공용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갈아 가며 연설했는데, 양국 수교 60주년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한국어로 ‘환갑’을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서 60세라는 나이는 한 사이클이 끝나고 또 다른 사이클이 시작하 의미”라며 “’환갑’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모두의 공통 약속을 새롭게 하고, 평화와 번영 그리고 지속 가능성의 새로운 사이클을 가장 친한 친구로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여야 의원들은 30여 분 진행된 연설에서 15차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 본회의장은 300석 가운데 절반가량이 비어 있었다. 앞서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화상 연설 때 참석한 한국 의원은 50여 명이었다. 트뤼도 총리는 국회 연설 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며 주목받기도 했다. 김 의장이 자기보다 20㎝가량 키가 큰 트뤼도 총리에게 맞추려 까치발을 들자, 트뤼도 총리가 다리를 벌려 눈높이를 맞춘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국회 연설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새로운 60년을 함께 더 강하게’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작년 6월과 9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양 정상은 성명에서 “러시아의 불법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국제사회와 공조하에 러시아의 심각한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면서 “북한 인권을 보호·증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트뤼도 총리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조치를 환영한다”며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게 될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의 확대를 지지한다”고 했다.
양국은 외교·산업장관이 참여하는 ‘2+2 고위급 경제안보대화’를 출범하고 핵심 광물 공급망과 청정에너지 전환 등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핵심 광물 제련, 교역, 재활용에 이르는 포괄적인 공급망 협력을 추진하는 핵심 광물 양해각서(MOU)가 이날 체결됐다. 대통령실은 “니켈 등 핵심 광물 생산국인 캐나다와 핵심 광물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의 청정에너지 분야 경쟁력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청년 교류 MOU도 체결됐다. 이에 따라 양국 워킹홀리데이 참여 인원이 연간 4000명에서 1만2000명으로 3배로 확대되고, 참여 연령 상한은 30세에서 35세로 상향된다. 워킹홀리데이는 협정 체결국 청년들이 상대국을 방문해 보통 1년간 관광과 취업을 병행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