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직 간부 4명이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접선한 뒤 북한 지령에 따라 활동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을 포함해 경남 창원 ‘자주통일 민중전위(자통)’, 제주 ‘ㅎㄱㅎ’ 등 북한 노동당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에 포섭된 국내 지하조직에 대해 세 갈래로 진행됐던 수사가 일단락됐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정원두)는 10일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A(52)씨, 전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48)씨,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C(54)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연맹 조직부장 D(51)씨 등 4명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민노총 전직 간부 지하조직
민노총 전직 간부 지하조직

검찰에 따르면, 이 지하조직에서 북한 김정은은 ‘총회장’으로, 문화교류국은 ‘본사’로 각각 불렸다고 한다. 문화교류국 아래 지하조직인 ‘지사’를 두고 A씨가 ‘지사장’을 맡았다. 민노총은 지사의 지도를 받는 조직이라는 차원에서 ‘영업1부’로 불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2017~2019년 캄보디아·중국·베트남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선하고 지령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약 20년간 북한 공작원과 접선·교류하며 ‘따뜻한 동지’로서 ‘혈육의 정’을 나눴다는 표현도 북한 지령문에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북한 지령문 90건을 확보했는데 이는 역대 국가보안법 사건 중 최대 건수라고 한다. 북한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가 진행되던 2019년 10월 “촛불 시위 관련 선동 구호를 많이 내고 노동자 결의 대회, 노조별 집회·시위·행진을 통해 민심을 최대한 견인해 나갈 것”이라는 지령을 하달했다. 2021년 7월에는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 운동에 민주노총 회원들을 광범위하게 참가시키라”는 지령도 내렸다.

지령문 중에는 북한 최고위층의 관심사인 ‘선진 양마(養馬·말 기르기) 기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2020~2021년 무렵에 ‘영국 등 선진국에서 말을 잘 키우는 기술을 알아내 보내달라’는 지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은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나타나는 등 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지령을 받은 A씨 등은 21대 총선에 당선된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 정보를 북한에 전달했고 A씨의 컴퓨터에서 평택 미군 기지, 오산 공군 기지 등의 사진이나 동영상도 발견됐다고 한다.

A씨 등은 유튜브 댓글이나 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북한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2022년 8월 북한이 “유튜브 주소를 보낼 테니 댓글에 문자 ‘토미홀’을 포함한 필명이나 글을 올리면 준비하겠음” “영업1부(민노총) 자유게시판에 ‘처음처럼’이라는 필명 혹은 제목에 반영한 글을 올려주기 바람” 등의 지령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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