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도발할 때 경고 목적 등으로 대응 출격하는 ‘전략 자산’은 미 폭격기나 한국 스텔스만이 아니다. 북한 김정은이 두려워한다는 B-1B 등 미 폭격기와 우리 스텔스 전투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펼치는 ‘핵우산(확장 억제)’ 작전 광경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아 전하는 일명 ‘컴뱃 카메라팀(Combat Camera Team)’이 빠질 수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컴뱃 카메라 대원의 공식 명칭은 ‘전투 촬영 담당’. 편제 인원은 현재 1명이지만 공군 부사관 5명이 조종사에 준하는 훈련 등을 거쳐 ‘공중 근무 자격’과 ‘항공촬영사 자격’을 받아 촬영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초대 컴뱃 카메라 요원으로 최근 현장을 떠나 팀원 5명의 감독관이 된 편보현(47) 준위는 10일 “과거 전략 자산은 주로 비밀리에 활동했지만 최근 적의 도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지하기 위해 그 위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군은 현재 전투 촬영 인원을 증원해 미군 컴뱃 카메라팀과 같은 전문 조직을 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전략 사진’을 담당하는 공군 정예 컴뱃 카메라 대원 권형(42) 원사, 위인태(37) 상사, 홍관영(33) 상사, 그리고 편 준위를 지난 2일 대구 공군 기지 ‘K-2′에서 만났다.
편 준위는 “2005년 전만 해도 군에 별도의 항공 촬영사가 없었다”고 했다. 군은 비행 사진을 웬만해선 찍지 않았고 필요할 땐 고액을 주고 일본 등 외국 전문 사진작가를 불렀다. 전투기 조종사가 한 손으로 조종간을 잡은 채 ‘똑딱이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편 준위는 “2005년 어느 날 항공 촬영을 해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면서 “국산 첫 훈련기 T-50이 FA-50 전투기가 되기 위해 무장 시험을 할 땐데, ‘우리 건 우리가 찍자’는 말이 나와 평소 사진에 관심 있던 내가 투입됐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1996년 전자광학장비 특기로 임관했는데, 이렇게 커리어가 바뀔 줄은 몰랐다”면서 “첫 결과물이 좋았던지 그 뒤로 항공기 시험, 주요 공중 작전에 투입되는 횟수가 늘어갔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편 준위는 전투기 탑승 무자격자였다. 촬영에 나갈 때마다 공군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 업무 중요성이 커지자 군은 2013년 7월 ‘항공촬영사’라는 보직 4개를 신규 인가하고 이들에게 ‘공중 근무 자격’을 줬다. 권 원사, 위 상사 등도 이때 합류했다. 그러나 이들 특기는 총무 등으로 제각각이었고 근무지가 공보과에 배치됐을 뿐 언제 원대 복귀해야 할지 모를 처지였다. 항공촬영사는 항공 촬영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는 의미이지 정식 직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군은 전문성을 갖고 근무하도록 2021년 1월 ‘전투 촬영 담당’ 직책을 1개 신설했다. 항공촬영사 정원도 총 5명으로 확대했다. 초대 전투 촬영 담당이 된 권 원사는 “정식 직책이 생겼을 때 팀원 모두가 기뻐했다”고 말했다. 공군은 올 3월 항공촬영사 정원을 8명으로 더 늘렸다.
전투 촬영 투입은 작전에 출격하는 조종사에 버금갈 정도로 급박하게 이뤄진다. 권 원사는 “최근 오전 10시 20분에 출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져 20분 만에 복장과 장비를 갖추고 헬기를 타고 모 기지로 이동해 전투기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 비행단의 ‘파이트 투나이트’처럼 언제든 촬영에 나서겠다는 ‘테이크 투나이트’ 정신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