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는 소셜미디어와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웹사이트 등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온라인 접속 차단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위원장 포함 진보 성향 위원들이 과반을 차지한 방심위의 내부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2016년 8월부터 작년 8월까지 6개월~1년 단위로 방심위에 미국 거주 생물학자 A씨의 페이스북에 대해 실무 협의 단계에서 계정 차단을 요청했다. A씨는 김일성을 ‘위대한 수령님’ ‘어버이 수령’이라고 찬양하고, 한국을 ‘남괴’라고 표현하는 내용 등의 글들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국정원은 “김일성 찬양 목적의 계정”이라고 했지만, 방심위는 심의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심위는 2020년 4월 국정원이 법원에서 이적 표현물이라고 판시한 북한 영화 등을 올린 유튜브 ‘조선영화’나 김일성 일가를 우상화하는 내용이 있는 사이트 ‘조선 관광’에 대한 심의 접수도 거부했다. 또 작년 9월엔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 내용 등이 담긴 북한의 ‘김책공대’ 사이트에 대한 차단 요청도 거부했다고 한다. 북한 사이트 ‘미래’, 인스타그램 계정 ‘dprk today’ 등도 심의 접수가 거부됐다.

국정원은 ‘조선관광’ ‘김책공대’ 등 북한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엔 북한 이메일과 연락처가 있어 내국인과 통신 연락 창구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방심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 사이트나 유튜브는 3일 오후 기준 아직 국내에서 접속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기관 간 실무 협의 때) 의사 소통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심의 요건이 될 경우엔 접수를 한다”고 했다. 반면, 국정원은 대변인실을 통해 “방심위는 A씨 페이스북 관련, 계정 내 이적 표현물 비중이 70% 이상 되지 않아 심의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총 9명의 방심위원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정연주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언론시민연합 출신 위원 등 6명이 진보 성향이다. 반면 보수 성향 위원은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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