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서 ‘핵우산(확장 억제)’ 강화 주요 방안으로 제시된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가 이르면 이달 중순 이뤄질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국(G7) 정상회의 기간에 맞춰 미 전략 핵잠수함을 ‘핵무장’ 상태로 부산 기지에 기항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한반도를 찾는 것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잠수함 이후 42년여 만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이날 본지에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계획을 놓고 미 측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에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한미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도 한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입장문을 내고 “미국은 이번 한미 공동 선언에 따라 미 전략 자산의 가시성을 향상시킬 방침”이라면서 “여기에는 조만간(upcoming) 이뤄질 핵 무장 잠수함의 한국 방문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주한 미군 소식통은 “작전 보안상 잠수함의 한국 기항 정보 등은 불시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 기항할 전략 핵잠수함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톤)으로 미 잠수함 중 가장 큰 오하이오급(級)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괌 기지에 최근 입항한 SSBN 741 ‘메인함’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태평양함대사령부는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5일 이례적으로 ‘메인함’의 괌 기지 입항 사진을 다수 공개하기도 했다. 메인함 등 오하이오급 잠수함에는 1발만으로도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1호 청사 일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잠대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이 최대 24발 장착 가능하다. 미국은 오하이오급 14척을 이용해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핵 억지 작전을 하고 있고, 이 중 8척을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워싱턴 선언’에 포함되자 국내 일각에선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지난 1일 “미국이 한국 전역을 극동 최대 핵 전초 기지로 전략시키려는 패권적 흉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법적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면서 “위배되는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1992년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핵무기의 시험·생산·사용, 접수·배치 등을 금지하는데 일시적 기항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무시하고 핵 개발을 계속해왔으며 문재인 정부 시기 이른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협상 기간에도 몰래 핵·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면서 “그럼에도 한미는 이 선언을 준수하면서도 북 도발을 억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전략 핵잠수함의 한반도 전개에 발맞춰 합동참모본부는 이달 중 미 전략사령부와 핵, 전략 자산 등과 관련한 도상 훈련(TTX·운용 연습)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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