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있다.

“북한 정권이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습니다.”

27일(현지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10년 전 같은 자리에 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더 길고, 더 센 강도로 북한을 비판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선 원론적인 언급에 그친 반면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하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우선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무력도발을 지목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자유를 향한 동행이 70년간 이어지는 동안에도 이와 정반대의 길을 고집하는 세력이 바로 북한”이라며 “북한은 자유와 번영을 버리고 평화를 외면해왔다.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며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소개하며 “우리 정부는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며 “북한은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라.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강도 높은 비판을 담은 단어를 사용했다. 특히 북한 정권을 비판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 상황도 적나라하게 열거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5년간 북한 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겠다며 첫 공개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에 등장했던 사례들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북한 인권보고서를 언급하며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겼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총살당한 사례,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유포했다고 공개 처형한 사례, 성경을 소지하고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공개 총살을 당한 사례 등 이루말할 수 없는 참혹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인권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제사회, 특히 미 의회가 이러한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위해 힘써줄 것을 촉구했다.

◇10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북한 문제 언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년 전인 2013년 5월 같은 자리에서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연설을 통해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 목표로 삼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소개하면서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나 도발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영유아 등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하면 일정기간 제재를 하다가 적당히 타협해서 보상을 해주는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어 왔다”며 “그러는 사이에 북한의 핵개발 능력은 더욱 고도화되고 불확실성이 계속되어 왔다. 이제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는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바로 국민 삶의 증진과 국민의 행복인 것”이라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하도록 국제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로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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