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에서 6·25 전쟁에서 전사한 후 73년 만에 신원이 확인된 루터 스토리 미 육군 상병의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스토리 상병은 1950년 9월 1일 낙동강 전투에서 북한군과 치열한 교전 중 부상을 입었지만, 부대 철수작전에서 혼자 전방에 남아 부대원들을 엄호하다 전사했다. 스토리 상병의 전공이 인정돼 1951년 그의 부친에게 미 최고등급인 명예훈장이 수여됐지만, 그의 유해는 미확인 상태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한미동맹 70년 기념 오찬' 행사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한미동맹 70년 기념 오찬' 행사에서 6·25전쟁 참전 용사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이 하와이 국립태평양기념묘지에 안장된 6·25 전사자의 신원 미확인 유해 652구를 발굴했고, DNA 등 분석을 통해 이달 6일 스토리 상병의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한미 정상은 이날 ‘한국전 명예훈장 수여자의 신원 확인에 관한 한미 대통령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공동성명 채택을 계기로 스토리 상병과 같은 실종자를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70년 기념 오찬’ 행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육군 대령의 휠체어를 직접 밀며 무대 위로 올랐다. 퍼킷 대령은 6·25전쟁에 중대장으로 참전해 평안북도 205고지 진지를 6회에 걸쳐 사수한 전쟁 영웅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을 것”이라며 참전 용사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퍼킷 대령과 해군 전투기 부대 조종사로 적기 7대와 교전 끝에 4대를 격추한 엘머 로이스 윌리엄스 예비역 해군 대령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수류탄에 몸을 던져 부하들의 희생을 막은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에게는 조카인 조셉 로페즈가 참석한 가운데 훈장을 추서했다.

윤 대통령은 6·25 전쟁 영웅 제임스 밴플리트 장군의 외손자인 조셉 매크리스천 주니어와 미 8군 사령관으로 낙동강 방어선을 지켰던 월턴 워커 장군 손자인 샘 심스 워커 2세, 백선엽 장군의 장녀인 남희씨와 헤드테이블에 함께 앉아 고인들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워커 장군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당신을 안고 있는 사진을 봤다”면서 서울의 워커힐 호텔명이 워커 장군 이름에서 유래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에 워커 장군 손자가 깜짝 놀라며 자신도 헬기 조종사로 한국에서 근무한 인연을 언급했다.

오찬장에는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전사한 용사들을 추모한다는 취지에서 빈 테이블도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이 테이블로 이동해 촛불을 점화한 후 목례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동맹을 위해 함께 앞으로 나가자”는 내용의 액자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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