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사람을 ‘영적 인간’과 ‘동물 인간’으로 나눴다. 옴진리교의 최종 목표는 동물인간들을 절멸시켜 인간 종(種)을 재설정하는 거였다. 정부를 전복한 뒤 진리국(眞理國)이라는 유토피아를 수립하려 했다. 그들은 테러를 위한 군용 헬기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즈음, 도쿄 지하철에 청산가리 500배 독성의 ‘사린(sarin) 가스’를 살포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 참사의 피해자와 가해자 인터뷰를 1997년 ‘언더그라운드’, 1998년 ‘약속된 장소에서’로 출간했을 때 나는 평소 몽롱한 소설을 쓰던 그가 왜 이런 일을 했을까 싶었다. 그는 1990년 중의원 총선거에 대거 출마한 옴진리교 신자들이 괴상한 가면을 쓴 채 춤추는 걸 보고는 책임감을 느꼈고, 그런 그들을 양산한 ‘일본 사회’를 알기 위해 저 두 권의 작업을 하게 됐다고 한다.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 ‘어떤 소설가’는 비평가로 전환한다. 소설로 쓰기에는 시급하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하루키를 이해한다. 그의 책임감이, 일본 제국주의가 군부(軍部)의 일탈일 뿐이었다는 변명을 비판하며 파시즘의 본질을 탐색한 마루야마 마사오 같은 지식인의 책임감과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둘은 공히 자신이 속한 곳이 ‘병들었다’고 여겼던 것이다. 진실은 사실의 내부에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왜 한국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학자들이 주사파와 (자신이 그렇다는 것조차 자각 못 하는) 그 ‘우호 대중’에 대해 분석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옴진리교는 덩치로나 그 어둠으로나 북한에 댈 게 아니다. 나치가 유대인에게 하던 짓을 동포에게 하고 있는 강제수용소를 모르는 척하고, 아사하라는 수천 번 환생해도 못 따라갈 수령님을 추앙하는 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데 무감한 것은 핵탄두가 사린 가스보다 무서워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치적 거짓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는 저들에 대한 정신 병리 분석 결과를 널리 공유함으로써 치유돼야한다.

유럽형 사회민주 정당의 발아와 성장을 가로막는 것도 보수 정당이 아니라 주사파와 북한이다. 또한 통일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는 경제 문제나 북한 출신 사회주의 인간형과의 불화 같은 독일형(獨逸型)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통일 뒤 2500만 ‘인민’은 ‘사교 국가(邪敎國家)’에 당한 ‘정신적 외상(trauma)’에 시달릴 것이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지금 통일부 안에 당장 설치해야 하는 게 이런 연구 파트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처한 정치적 거짓과 사교적(邪敎的)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때로 역사는 자연재해처럼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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