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이 8일 중국 선양(瀋陽)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하려던 탈북자 5명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이미 영사관 진입에 성공한 2명을 영사관 안에까지 들어가 연행함으로써 이들의 처리문제가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작년 6월 베이징(北京)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사무소에 진입한 뒤 한국행에 성공했던 장길수군의 친척인 김광철씨 가족 5명 중, 김씨와 동생 성국씨가 이날 일본 영사관 정문 안으로 들어갔으나 중국 공안은 영사관 안으로 들어와서 이들을 연행했다. 김씨의 처와 어머니, 딸 등 3명은 영사관 정문에서 직원들의 제지를 받다가 공안에 붙잡혔다.

중국측이 ‘외교·영사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치외법권 지역인 영사관 안에 들어가 있는 탈북자들까지 연행해 나가는 초강수를 사용했다. 이는 지난 3월 스페인 대사관에 탈북자 25명이 진입한 이후, 중국 전역에서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베이징 대사관 건물 담장에 철조망까지 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길수 가족 망명 후 탈북자들이 외국 공관으로 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을 사전에 강력하게 차단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측의 이런 행동에 대해 일본정부는 즉각 항의했다고, 우리 정부는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연합뉴스 기자에 의하면 중국 공안들이 김씨 등이 영사관에 들어간 뒤 1시간 후쯤 일본 영사관 직원과 뭔가 이야기한 뒤 이들을 데리고 나갔다고 전해, 일본측의 ‘양해’가 있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럴 경우, 일본측이 외교적으로 중국측에 항의했다는 것도 한국측을 의식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탈북자 5명의 신병 처리이고, 이 과정에서 일본측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따라 외교문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측은 중국 공안의 탈북자 2명의 영사관 내 연행이 주권 침해라는 차원에서 김씨와 남씨의 신병을 다시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될 경우 최소한 이들 2명의 한국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중국과 적절한 선에서 외교적 절충을 시도하게 될 경우 이들의 운명은 중국 손에 맡겨지게 되고 북한으로 강제송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일본정부가 이들의 한국행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지 여부가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사건이 나자 우리 정부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자유의사에 반한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반대와 망명지 선택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중국·일본·미국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측이 국제법에 따라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차선으로서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하에 탈북자들의 신변을 좀더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것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權景福기자 kkb@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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