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뉴스1 자료사진
 
북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뉴스1 자료사진

북한이 13일 발사한 미사일이 신형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군은 이번 미사일 발사가 군 정찰 위성 개발용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가운데 고체연료 ICBM 발사 쪽에 무게를 싣고 정밀 분석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발사와 관련 “고체 추진제 가능성이 있다”면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면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북한이 이날 작년이나 올해 열병식에 선보인 신형 무기를 시험 발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고체연료 기반 ICBM을 공개했었다. 합참 관계자는 “지금 시험발사했던 체계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탄도미사일을 irbm(중거리탄도미사일)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체 연료 ICBM은 건전지를 끼우듯 추진제를 미사일에 장착하면 되기 때문에 장시간 연료 주입을 해야하는 액체 연료 ICBM보다 발사 준비가 획기적으로 빠르다. 기습 발사로 한미의 사전 탐지와 요격을 피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미사일은 비행 중 하단 추진체 부분과 상단부가 분리되는 단 분리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북한이 정찰위성 관련 시험을 진행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8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쏜 뒤 미사일이 ‘위성 시험품’이었다고 주장하며 올해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마치겠다고 공언했었다. 합참 관계자는 “정찰위성 (센서 등과 같은) 일부를 시험했을 수 있다”며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초기 단계의 시험일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통령실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상임위원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심각한 도발임을 지적하고, 2월과 3월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이어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바탕으로 한미, 한미일 정보공유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합참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7시 23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탄도미사일은 정상보다 높은 각도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의 정점 고도는 3000㎞ 미만에서 형성됐다고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16일 쏜 ICBM 화성-17형은 정점 고도 6000㎞ 이상 올라갔는데, 이보다 상당히 낮다.

통상 ICBM은 정상 각도(30∼45도) 발사시 비행거리가 1만㎞ 이상이 나올 수 있는데, 이번 미사일은 정상 각도 발사시 사거리가 5000㎞가량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사거리 3000∼5500㎞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5500㎞ 이상을 ICBM으로 분류하는 기준에 따라 이번 미사일은 IRBM급 이상 성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ICBM을 쏘고 상승 고도와 비행거리를 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작년말 딸 김주애와 함께 ICBM 발사 현장에 등장했을 때의 모습. /조선중앙TV
 
 
 

김정은이 작년말 딸 김주애와 함께 ICBM 발사 현장에 등장했을 때의 모습. /조선중앙TV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이후 17일 만이며, 올해 들어 9번째다. 중거리급 이상 발사는 지난달 16일 ICBM 화성-17형 발사가 가장 최근이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서·동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지 엿새 만에 이뤄졌다.

북한이 남측과의 연락선까지 끊은 채 도발을 통해 본격적인 ‘강 대 강’ 구도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이날은 북한에서 김일성 생일을 일컫는 태양절(4월15일) 111주년을 이틀 앞둔 것이자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돼 공식 집권을 이룬 지 11년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합참 관계자는 “김일성 생일 등을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 한미 확장억제력에 대한 반발 차원일 가능성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간 탄도미사일 발사 외에도 지난달 28일 보도로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전격 공개했다. 이달 8일에는 수중핵무인공격정 ‘해일-2형’의 수중폭파 시험을 보도하는 등 무기체계 공개를 통한 무력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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