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기 파주 북한군 묘지에 1968년 1월 21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를 습격했다가 사살된 북한 무장 공비 박기철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 장련성 기자
 
5일 경기 파주 북한군 묘지에 1968년 1월 21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를 습격했다가 사살된 북한 무장 공비 박기철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 장련성 기자

경기 파주 적군(敵軍) 묘지에 6·25전쟁 북한군 전사자 810구 외에 대한항공(KAL) 폭파 테러범·청와대 습격 무장 공비 등 대남(對南) 침투 간첩의 유해 총 58구와 강을 통해 떠내려온 북측 사체 3구가 묻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와 군은 이 유해들의 송환을 지속적으로 타진했으나 북측은 별다른 설명 없이 거부해 왔던 것으로 5일 파악됐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국방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적(북한)군 묘에는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한 북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부대 무장 공비 30명, 1987년 KAL 858기 폭파로 희생자 115명을 낸 공작원 김승일, 1998년 전남 여수 반(半)잠수정 침투 사건 당시 사망한 간첩 6명 등 공비 총 58명의 시신이 매장돼 있다. 1996년 발생한 강원 철원 3사단 침투 사건의 공비 3명과 경기 파주 1사단 침투 사건의 공비 1명을 비롯해 1999년 동해안 침투 공비 1명, 그 외의 무장 공비 16명도 포함됐다. 북한에서 강물에 떠내려온 비무장 간첩 또는 탈북자 등으로 추정되는 사체 3구도 묻혀 있다.

5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북한군 묘지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묘지에는 6·25전쟁 북한군 전사자 810구 외에 대한항공(KAL) 폭파 테러범·청와대 습격 무장 공비 등 대남(對南) 침투 간첩의 유해 총 58구와 강을 통해 떠내려온 북측 사체 3구가 묻혀 있다. /장련성 기자
 
5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북한군 묘지 입구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묘지에는 6·25전쟁 북한군 전사자 810구 외에 대한항공(KAL) 폭파 테러범·청와대 습격 무장 공비 등 대남(對南) 침투 간첩의 유해 총 58구와 강을 통해 떠내려온 북측 사체 3구가 묻혀 있다. /장련성 기자

6·25전쟁 북한군 전사자 810구뿐 아니라 7·27 정전 이후 1990년대 말까지 침투한 무장 공비 등 제네바 협약 대상이 아닌 비(非)전사자 61구의 사체도 묻혀 있는 것이다. 정부는 1954년 국군·유엔군과 북한·중공군 간 1차 유해 송환 이후 전국에 흩어진 적군 묘를 모아 1996년 남방한계선에서 5㎞ 거리인 파주 적성면 답곡리에 6099㎡(약 1845평) 규모로 적군 묘지를 조성했다. ‘교전 중 사망한 적군 유해를 존중하고 묘지도 관리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약과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조치였다. 유해 송환 절차가 추가로 이뤄질 경우를 대비하는 측면도 있었다.

1968년 청와대 습격을 위해 남파된 무장공비들과 우리 군·경찰의 교전 중 총탄에 맞은 소나무에 탄흔이 남아 있는 모습. 북악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소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2007년 4월 17일 촬영. /이명원 기자
1968년 청와대 습격을 위해 남파된 무장공비들과 우리 군·경찰의 교전 중 총탄에 맞은 소나무에 탄흔이 남아 있는 모습. 북악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소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2007년 4월 17일 촬영. /이명원 기자

실제로 정부는 2014~2016년 3년에 걸쳐 적군 묘의 중공군 유해 총 541구를 송환하기도 했다. 현재 적군 묘에 중공군 유해는 1구도 없고 북측 시신만 총 871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북측에도 타진해 봤지만 매번 거부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유엔사를 통해 노력했지만 북측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무장 공비 시신을 돌려받으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될까 봐 송환 절차에 응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박정희 암살’ 기도 사건인 1·21 사태 때도 “자작극”이라며 공비 남파 사실을 부인하고 시신 인도도 거부했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작은 사진)이 지난 2019년 3월 25일 경기 파주 적성면 북한군 묘지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개최된 서해수호의날 추모 행사에는 불참했다. /독자제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작은 사진)이 지난 2019년 3월 25일 경기 파주 적성면 북한군 묘지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개최된 서해수호의날 추모 행사에는 불참했다. /독자제공 뉴시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적군 묘지 일대를 ‘평화 공원’으로 조성하려는 시도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와 이재명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방부의 적군 묘 관리권을 경기도로 이관해 공원을 조성하려 했지만, “적을 미화할 수 있다”는 군 내부 반발 등에 막혀 실패했다는 것이다. 2019년 3월 25일 민주당 박정 의원이 북한군의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전사자 등을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은 불참하고 그날 적군 묘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 추모제’에는 참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뉴시스

서 의원은 “적군 묘는 북의 침략 행위에 눈을 감아서가 아닌 철저히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와 군은 북한의 국군 유해 송환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군 묘 유해와 북측 국군 유해를 맞교환하는 협상을 띄우자는 말도 나온다. 유엔사에 따르면, 북한에는 국군 포로 7만여 명의 유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 이후 국군 실종자는 8만2000명이었지만 인도된 국군 포로는 총 8343명에 불과했다. 이후 탈북한 국군 포로도 80명 정도에 그쳤다.

지난달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대통령실
 
지난달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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