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8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을 접촉한 혐의로 구속된 데 대해 입장을 밝혔다. 국정원이 영장 발부 배경에 대해 공식적으로 설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각에서 국정원의 수사를 ‘간첩단 조작’ ‘종북 몰이’로 폄훼하며 수사 방해 논란이 커지자 영장 발부를 계기로 수사의 정당성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내곡동 국정원 전경.(2017.06.14)/이진한 기자
 
내곡동 국정원 전경.(2017.06.14)/이진한 기자

다음은 국정원이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 전문.

“민주노총” 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구속영장 발부 관련 국가정보원에서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공개되는 범죄사실은 재판에 의하여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수원지방법원은 국가정보원과 경찰(국가수사본부)이 수원지방검찰청(공공수사부)을 통해 청구한

(1)ㄱOO(53세, “민주노총” 조직국장) (2)ㄴOO(48세,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3)ㄷOO(55세, 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4)ㄹOO(52세, 전 “금속노조” 조직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였습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지난 1.18 ㄱOO 등 4명의 주거지·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약 100여건이 넘는 대북 통신문건을 찾아냈고

문건 해독·분석과정에서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과 자진지원, 특수 잠입·탈출 및 회합, 편의제공 등 주요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연루된 중요사건에 대해 일각에서 “간첩단 조작”·“종북몰이”로 폄훼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고

이들의 범죄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이들을 관련법 절차에 따라 구속수사하여 범죄 사실 전모를 규명하겠습니다. 끝.

/그래픽=백형선
/그래픽=백형선

앞서 수원지법 차진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민주노총 조직국장 등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범죄의 중대성도 인정된다”며 발부 사유를 밝혔다. 조직국장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광저우,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소속 공작원을 세 차례 만난 혐의를 받는다.

또 북측과 수년간 통신으로 연락하면서 100여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문, 대남 지령문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 공작원은 대남 지령문을 통해 자주·민주·통일, 반미 등 반정부 시위 구호를 조직국장 등에게 전달하는 등 ‘북한이 원하는 대로 조직을 이끌어 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한 것으로 방첩 당국은 파악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퇴진이 추모다’ 등의 시위 구호도 직접 적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과정에서 평택 미군기지도 사진 촬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구속 영장이 발부된 나머지 민주노총 산하 전·현직 간부 등 3명도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 공작원을 만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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