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 여사(오른쪽부터).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딸 김주애, 부인 리설주 여사(오른쪽부터).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전직 북한 외교관의 분석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시누이(김여정)와 올케(리설주)의 대결이다.

북한 외교관을 지내다 귀순한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공개된 후 (여동생인) 김여정은 (권력 중심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는 주요 행사에서 김정은 주변에 있던 김여정이 김주애 공개 이후 구석으로 밀려난 점을 꼽았다.

지난달 8일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 옆에는 리설주와 김주애가 있었고, 김여정은 북한 매체의 중계 화면에 제대로 포착되지도 않았다. 같은 달 17일 북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 축구 경기에서도 김여정은 뒷줄 끝에 앉아 있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한국인 모두가 이 장면을 봤다”며 “이런 변화는 김여정이 김주애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김여정은 정권의 중심에 있고 김정은의 측근으로 북한의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며 “리설주는 자녀가 아직 어린 상황에서 김여정이 지나치게 활동적인 점을 우려했을 것이다. 그래서 김여정과 리설주 사이에 일종의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정은이 어린 딸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서는 “대외적으로 딸을 사랑하는 ‘아빠’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라며 “또 미래에 핵무기를 물려주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수단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와 캐트린 카츠 한국석좌도 지난 1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가들과 한 토론을 정리한 ‘북한 리더십에 대한 해답 없는 질문들’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김주애의 잦은 대외 행보가 리설주와 김여정 사이의 권력 투쟁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좀 더 극단적이지만 여전히 그럴듯한 설명은 리설주와 김여정 사이의 권력 투쟁이다”라며 “김여정의 정권 내 정치력이 커지면서 리설주는 김여정을 견제하고 자식들이 후계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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