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을 비판한 탈북민 이서현씨. /이서현씨 제공
 
17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을 비판한 탈북민 이서현씨. /이서현씨 제공

“김정은이 비이성적이고 불안정한 독재자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언젠가 중국을 겨냥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나요?”

1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탈북민 이서현(32)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날 회의는 북한 인권 상황을 점검하자며 미국이 제안한 아리아 포뮬러(Arria Formula·쟁점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안보리의 비공식 회의체)로, 한국과 일본이 공동 후원했다. 지난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수십 차례 도발을 했지만 그때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제재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외부에서 초청된 탈북민이 마이크를 잡아 중·러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씨는 안보리 이사국 대표단을 향해 “모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북한의 입장을 두둔한 한 중국 외교관의 발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운을 뗐다. 이씨는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는 것이 결코 북한 내 인권 상황에 침묵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북한 인권 개선이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본지에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김정은과 가진 4번의 만남에서 모두 개혁·개방을 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을 개방시키려면 중국이 북한 인권 개선 논의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했다.

이씨는 1991년 평양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 통치 자금을 관리하고 외화 벌이 무역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의 딸로 태어났다. 리설주가 졸업한 금성학원에서 초등 과정을 마쳤고 평양외국어학원, 김일성종합대 외국어문학부 등에서 수학했다. 2014년 10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탈북했다. 그는 “탈북민이란 호칭보다 망명자로 불러달라”고 했다. 2016년 3월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이씨는 친오빠와 함께 유튜브 ‘평해튼TV’ 등을 운영하며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인권 운동을 해왔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엔 2017년 미국 송환 직후 숨진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씨를 기리기 위한 ‘오토 웜비어 재단’의 첫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이씨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국에서 유학하던 2013년 장성택 일파 숙청 당시 가장 친한 친구를 비롯해 무고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끌려가 정치범수용소에 갇혔다”며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고발했다.

이씨의 꿈은 “북한 사람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고 ‘대동강의 기적’을 이루어 낼 발판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인권 유린이라는 개념조차 모르고 있다”며 “수십 년 동안 배고픔과 공포의 고통 속에서 살도록 만든 것이 김씨 독재자 집안이고, 그들이 저지른 반(反)인륜적 범죄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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