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떠나 지난해 6월 한국에 온 장길수(18)군의 나머지 친척 5명이 중국 선양(瀋陽)시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하는 등 탈북자들의 재중 해외공관을 이용한 망명 요청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6월 길수군 가족 등 7명이 난민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北京)사무소에 진입한 이후 올해 탈북자들의 스페인대사관(3.14), 독일대사관(4.25), 미국대사관(4.26) 진입사건이 어어졌다.

지난 4월 29일에는 탈북자 5명이 한국대사관에 진입하려다 이 가운데 3명은 중국 공안원에 체포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8일 오후 2시(중국 시간)께 길수군의 나머지 친척 5명이 선양시 일본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다가 입구의 중국 공안초소로 넘겨졌고 같은 시간 다른 2명의 탈북자는 인근의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했다.

지난해 길수 가족을 시작으로 이번의 망명 시도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외국공관 진입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잇따르는 중국내 외국 대사관.영사관 진입사건은 중국 당국의 탈북자 색출작업이 강화되면서 탈북자들이 국제사회에 호소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한 시민단체는 해외에 있는 한 탈북자가 전화를 이용, '이제 우리는 마지막 길을 택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을 전해오기도 했다면서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꼬리를 무는 탈북자들의 외국공관 진입사건으로 중국은 단속과 경비강화, 공항 .항만에 대한 통제, 탈북자 지원단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탈북자와 단체 간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은 망명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 베이징 내 일부 외국대사관 건물을 철조망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주요 외교단지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북한 당국도 탈북자 25명의 주중 스페인대사관 진입사건 이후 두만강 등 북.중 국경지대에 최근 감시카메라를 설치, 탈북자 색출에 적극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영자(金英子.49) 사무국장은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떠나 주변국과 UNHCR 등과의 협의 아래 적극적으로 난민시설을 만들어야 하며 서방 국가 또한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문을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탈북자 25명의 베이징주재 스페인대사관 진입을 도운 독일 출신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44)씨는 한국 정부가 탈북자 지원을 꺼린다면서 일본이나 한국의 월드컵 축구대회를 방해하겠다고 시사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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