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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오빠” 썼다가 잡혀갈까…평양말 ‘열공’하는 北주민들
김가연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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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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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김일성 주석이 '배움의 천리길'에 나선 때로부터 100돌이 되는 날이라고 기념했다. 사진은 김일성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혁명 정신을 되새기는 북한 주민들./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김일성 주석이 '배움의 천리길'에 나선 때로부터 100돌이 되는 날이라고 기념했다. 사진은 김일성이 걸었던 길을 따라 걸으며 혁명 정신을 되새기는 북한 주민들./뉴스1

북한 당국이 최근 한국식 표현을 ‘괴뢰(남한을 비하하는 표현)말’로 지정하고 단속을 강화했다. 북한 주민들은 처벌을 피하려 언어습관을 고치고 평양말을 쓰기위해 연습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5일 보도했다.

RFA는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당국이 ‘평양 문화어보호법’에 의거해 평양말을 살려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미 한국식 말투에 익숙해진 주민들은 평양말을 따로 연습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오랜 세월 꽉 막힌 체제에서 ‘장군님 만세’만 외치던 주민들은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유롭고 매력적인 한국식 생활문화와 말투에 매력을 느껴 이를 따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오빠’ ‘자기야’ ‘사랑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한국영화를 귀에 익고 입에 오를 정도로 봤다는 증거”라고 했다.

소식통은 최근 주민들이 ‘기래서’(그래서), ‘알간’(알겠니) 등 평양말을 연습하고 있다며 “요즘 한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한국말이 얼결에 튀어 나와 처벌받을까 염려돼 조선(북한)식 말투를 연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가장 많이 보는 건 불법 영상물을 단속하는 사법일꾼들과 간부들, 그 가족, 친척들”이라며 “체제를 보위하고 지켜야 할 사법일꾼들이 오히려 한국영화와 드라마에 빠져 한국식 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한국영화에서 본 생활상은 환상의 세계 그 자체여서 한국식 말투를 뿌리 뽑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안북도의 소식통도 RFA에 “요즘 일반 주민들도 평양 표준어 연습을 하고 있다”며 “‘패션’이나 ‘헤어스타일’ ‘와이프’ 등 한국식 말을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에는 ‘동지’나 ‘동무’라고 하던 것을 요즘엔 ‘친구’로 부르거나 남녀 연인사이에 ‘자기’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됐다”며 “일부 주민들이 입에 붙어 습관이 된 한국말을 바꾸려고 연습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록 단속에 걸려 처벌받을 게 두려워 평양말을 연습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당국에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당국은 지난 1월17~1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에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고 남한말 사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따르면, 남한말로 표기된 인쇄물, 녹화물, 편집물, 그림, 사진, 족자 등을 만들 경우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진다. 또 이를 유포한 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며, 정상(죄질)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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