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입국한 장길수군의 친척 5명이 8일 오후 중국 선양(瀋陽)의 일본 총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다 실패하고 중국공안당국에 붙잡혔다.

길수군과 관계가 없는 다른 탈북자 2명은 같은 시각 선양의 미국 총영사관 진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길수군의 6촌형인 김광철씨(28)와 처 이성희씨(26) 등 일가족 5명이 8일 오후 중국 심양(瀋陽) 주재 일본총영사관으로 뛰어들기 앞서, 영사관 근처 건물에서 사전 준비를 하고있다.

0...길수 친척 5명이 진입을 시도한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은 한국 총영사관 맞은 편에 위치한 미국 총영사관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 5명은 이날 오후 미국 영사관 쪽에서 간편복 차림으로 한가롭게 걸어오다 일본 영사관을 지나쳐 가다가 갑자기 진입을 시도했다.

일본 영사관 정문은 성인 한명이 겨우 드나들 수 있을 정도만 열려져 있었고 중국 공안 2명이 지켰다.


◇ 김광철씨 가족 5명이 차례로 일본총영사관 출입문으로 뛰어들고 있다. 맨앞이 김씨이고, 아이를 업은 여성이 김씨의 처 이성희씨이다.

0...길수친척 5명중 남성 2명은 중국공안의 경계를 뚫고 영사관 진입에 성공했지만 두살배기 한미양과 한미양의 어머니, 할머니 등 여성들은 총영사관에 진입하지 못하고 중국공안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남자 두 명이 갑자기 영사관에 들어가자 아무런 저지도 못하고 정문 앞에 서있던 중국공안 2명은 한미양 어머니와 할머니를 붙잡았다. 이들은 철문을 잡고 버텼으나 공안원들의 완력에 결국 영사관내로 진입하지 못하고 도로쪽으로 끌려나 땅바닥에 드러눕기도 했으나 결국 영사관 옆 중국공안 초소로 끌려갔다.


◇ 심양 일본총영사관으로 뒤어들던 김광철씨 일가족을 중국 경찰들이 제지하고 있다. 이들 일가족 5명은 현지 경찰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瀋陽=聯合

0...마침 근무교대 시간 직후여서 경계가 허술했으나 길수친척의 진입 후 중국 공안원이 갑자기 늘어나 모여 들었다. 이들은 영사관 문앞에서 벌어진 소동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조선족과 중국인들에게 물러가라는 뜻으로 소리치는 등 주변의 이목에도 신경을 썼다.

주변에 몰려든 중국 행인과 상인들은 공안원들에게 소리치기도 했지만 길수친척들의 `자유행'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0...일본 총영사관 진입에 일단 성공한 길수친척 2명도 중국 공안원들에 의해 영사관 밖 공안초소로 결국 끌려 나왔다.

중국 공안원들이 영사관내에 들어가 이들을 끌고 나오기 직전, 현장에서 일본 영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디론가 전화를 건 뒤 중국 공안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건 확대를 꺼린 일본 영사관측이 중국 공안의 영사관 진입을 방치하거나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진입에 성공한 남자 두 명이 밖으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문을 잡고 반항하자 중국 공안들은 폭력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일본 영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지켜보고만 있었다.

0...길수친척이 끌려들어간 영사관 옆 공안초소는 선팅 처리가 돼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이들이 중국 공안에 끌려간 이후 일본 영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초소를 드나드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으며 정복을 입은 중국 공안 외에도 공안으로 보이는 사복을 입은 중국인들이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도 했다.

0...길수친척 5명은 `료(遼) A 0953 경(警)' 번호판을 달고 110경무차라고 쓰여진 중국 공안의 미니밴에 실려 8일 오후 3시5분께 어딘가로 향했다.

차량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한미양 할머니와 어머니는 소리높이 울며 승차를 거부하고 저항하기도 했으나 남자 탈북자 2명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이들이 차에 실려 어딘가로 떠나 사건이 일단 종료되면서 일본 총영사관 주변은 평시의 모습을 되찾았다.

0...일본 총영사관 인근의 한국 총영사관은 길수친척들의 체포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허둥대는 모습. 현지 총영사는 랴오닝성 관계자와 회의가 있어 자리를 비운 상태이고 휴대폰도 꺼놓아 연락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준상 영사는 '상황을 정확히 알 지 못해 답답하다. 미묘한 사안이라 일본 총영사관측에 직접 물어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 영사는 일본 영사관측의 방조 의혹과 관련, '영사관에 진입했을 경우에는 일본 정부가 안받겠다고 해야 공안에 의해 끌려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길수친척이 당초 한국 영사관에 진입하려고 했다는 설에 대해 '한국 영사관에는 들어올 수 없다'며 '한국 여권이 없거나 입국사증 신청자만 신원확인 거쳐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0...탈북자들의 일본과 미국 총영사관 진입 시도가 일부 성공, 일부 실패로 끝난 뒤 8일 밤 선양 영사관 거리는 외형상 평온을 되찾은 듯 했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건 직후 미.일 영사관 부근엔 중국 공안들이 증원된 가운데 철통 같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영사관 부근은 공사 인부들이 도로 이곳저곳을 파헤치고 있을 뿐 인적이 드물었다.

각국 영사관 분위기 또한 서로 엇갈렸다.

일본 총영사관과 한국 영사사무소 건물은 불이 거의 꺼져있는 반면 미국 총영사관은 8일 자정이 다 되도록 본관은 물론 영빈관까지 불을 환히 밝혀놓고 있었다.

0...그동안 탈북자들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온 활동가들은 허탈해하면서도 '김한미양 가족이 쉽게 북한으로 끌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서로 위로했다는 후문.

진입 시도가 끝난 뒤 일부 활동가들은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일본 총영사관측이 탈북자들을 결과적으로 내쫓은데 대해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참석자들은 '일본이 설마 그럴 줄 몰랐다'고 허탈해 하기도.

한미양 가족을 잘 아는 한 여자 활동가는 '꼭 살아서 미국이든 한국이든 가야할 텐데'라며 눈물을 터뜨렸다는 전언이다.

현재 길수군의 나머지 가족 5명은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행방과 소재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0...한미양의 어머니인 리성희씨의 외삼촌은 미국에 거주하는 건축설계사 남신우씨로 그는 최근 국내 한 출판사에서 발간한 「대통령 링컨」의 번역자이다.

탈북 조카 리씨를 도와온 남씨 때문에 한미양 가족들은 미국행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씨는 미국의 북한인권운동가와도 교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선양=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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