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2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역의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수중 발사했다고 13일 밝혔다. 북한이 탐지·요격이 어려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쏜 것은 처음이다. 이날부터 23일까지 진행하는 한미 연합 훈련 ‘자유의 방패(FS)’를 겨냥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김정은이 “중대한 실천 조치”를 공언한 지 하루 만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아침 북한 신포 인근 해상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미상 미사일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잠수함 ‘영웅함’이 동해에서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면서 “미사일이 1500㎞ 거리를 2시간 6분 이상 ‘8′자형으로 비행해 표적을 명중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순항미사일은 포물선을 그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수면 등을 타고 낮게 날며 변칙 기동을 하기 때문에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우리 군 측면이나 후방을 기습 타격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최근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이동식발사대, 열차 등에서 쐈는데 이번엔 순항미사일을 수중 잠수함에서 처음 발사한 것이다. 특히 이번 미사일을 ‘전략’ 순항미사일이라고 표현해 소형 전술핵 탄두 탑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 기술상)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핵탄두는 소형화가 이뤄져야 탑재가 가능한데 가능 여부를 분석 중”이라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위원은 “SLCM은 직경이 작은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직경이 큰) 핵탄두 탑재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수중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자 전문가들은 “북한이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확보하는 단계까지 온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이 기습 공격력을 갖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변칙 비행을 하는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의 장점을 섞어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Submarine-Launched Cruise Missile)’의 실전 배치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북한 주장대로 SLCM이 1500㎞를 비행했다면 서울·부산뿐 아니라 유사시 한반도 후방 기지인 주일 유엔사 후방기지도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한·미·일은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에 집중해 왔다”면서 “이번 SLCM 도발은 우리 방공망의 허를 찌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SLCM이 발사 후 수직이 아닌 사선으로 비행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SLCM이 잠수함 어뢰발사관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이 어뢰발사관과 순항미사일 직경을 표준화하면 다른 잠수함에서도 얼마든지 순항미사일을 쏠 수 있다.

북한은 SLCM 개발을 통해 한미 요격망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확보를 시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사시 다양한 선제 공격 및 반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북한이 탄도미사일로만 플랫폼 다양화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른 방법의 하나가 순항미사일을 잠수함에서 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 잠수함 부대가 복수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SLCM은 아직 실전 배치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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