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정권 유지의 궁극적 수단으로 여겨 이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시간이 지나면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미 정보 당국의 평가가 나왔다. ‘핵보유국 인정’을 달성하기 위해 김정은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전력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정보기관 18곳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8일(현지 시각) 공개한 ‘2023년 미 정보공동체의 연례 위협 평가’ 보고서에 담겼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를 지휘했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발사를 지휘했다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노동신문 뉴스1

이 보고서에서 미 정보 당국은 북한을 중국·러시아·이란과 함께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성 국가로 규정하고, “김정은은 미국과 그 동맹을 겨냥해 핵과 재래식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지역 안보 환경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고 주기적으로 공격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독재적 지배의 궁극적 보장 장치로 인식하고, 시간이 흐르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핵개발을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이 지난해 9월 이후 한·미 연합훈련 시점에 맞춰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행동을 바꾸고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한 정책에 맞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해선 “평양의 사이버 부대는 미국을 겨냥한 다양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한 기술적 정보를 얻기 위해 ‘사이버 스파이’ 활동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보고서는 중국을 미국의 첫 번째 위협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중국은 2045년까지 (우주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능가한다는 목표로 세계적 수준의 우주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중국은 몇 가지 분야를 빼고는 (우주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지위를 달성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인민해방군은 미국과 동맹국 등의 위성을 파괴하기 위한 위성공격무기(ASAT)를 실전 배치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미 전자전 시스템, 지향성 에너지 무기 등의 우주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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