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안정성 포고문/김명성 기자
 
북한 사회안정성 포고문/김명성 기자

북한이 최근 “척추를 꺾어 놓을 것” “무자비한 징벌” 등 극단적 표현을 동원하며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하는 포고문을 발표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민심이 악화하고 체제 이완 현상이 생기자 ‘강력한 처벌’로 사회 통제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본지가 입수한 북한 사회안전성(경찰청 격) 명의의 포고문은 ‘사회주의 제도의 안전과 인민의 생명 재산을 침해하는 자들을 엄격히 처벌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모두 6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범죄 유형은 ‘당 정책 시비 중상’ ‘간부들과 가족 폭행’ ‘반체제 행위’ ‘어린이 유괴’ ‘강도’ ‘강간’ 등인데 현재 북한 내부의 혼란상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포고문은 ‘무단 결근자’, ‘사실혼 관련자’들도 법적으로 엄격히 처리한다고 했다. 또 ‘사적인 모임’을 만들거나 ‘조직폭력’ 등 행위에 대해 “사회의 정치적 안전에 위험을 조성하는 자들로 보고 엄벌에 처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주의 제도의 안전과 인민의 생명 재산을 침해하는 자들은 직위와 소속, 공로에 관계없이 단속, 체포하며 행위가 엄중한 자는 사형에 이르기까지 엄벌에 처하고 동거 가족은 추방, 이주시킨다”는 조항도 나온다.

포고문은 “범죄자들은 사상적으로 썩을 대로 썩은 혁명의 원수, 이 나라 공민이기를 그만둔 추악한 인간 쓰레기들”이라며 “법 기관들은 범죄의 동기와 목적, 형태, 대상에 관계없이 범죄자들을 모조리 색출하고 법적 칼날로 가차 없이 징벌하여 척추를 꺾어 놓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번 범죄와의 전쟁을 “전 사회적으로 벌여야 하는 계급투쟁”이라며 “뿌리를 끝까지 파헤쳐 범죄의 근원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검사 출신 탈북민 김은덕씨는 “북한 내부에서 정권에 불만을 품고 개별적 복수를 하거나 소규모 조직적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라며 “식량난과 함께 북한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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