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징용 문제 해법은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의 표현이자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다.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나카소네 중의원) “일본에는 ‘불 속에서 밤을 줍는다’는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이 리스크를 무릅쓰고 일한 관계 정상화에 노력하는 데 경의를 표한다.”(다케이 중의원)

 

일본 정치 중심지인 도쿄의 나카타초(永田町)에서 만난 일본의 젊은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의 징용 문제 해법 제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 지향적인 동반자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얽매이던 한일 관계에서 탈피, 서로 대등한 협력자로서 새 시대를 열자는 것이다. 본지는 윤 대통령의 결단을 전후로 여당인 자민당의 나카소네 야스타카(中曽根康隆·40) 중의원 의원, 4선이자 외무성 부대신인 다케이 슌스케(武井俊輔·47) 중의원 의원,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후토리 히데시(太栄志·45) 중의원 의원과 시오무라 아야카(塩村あやか·44) 참의원 의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중의원 소속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前) 총리의 손자이기도 한 나카소네 의원은 “윤 대통령의 3·1절 연설에서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바라는 한국의 진심이 느껴졌다”며 “(일본에) 지금이 절대 놓쳐선 안 될 기회이며 한국의 진심에 대답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유념할 대목은 (만약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관계가 악화한다면 득을 볼 곳은 북한·중국뿐이란 점”이라고 했다. 그는 “위안부·징용공 등과 같은 어려운 역사·영토 문제가 있고, 거기서 도망쳐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얽매여서도 안 된다”며 “중요한 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세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한일 문제가 해결됐더라’라는 일은 생기지 않으니,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결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0년대 총리에 취임하자, 미국이 아닌 한국을 첫 방문지로 택했을 정도로 한국을 중시했다”며 “어렸을 때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택을 방문했을 때 그가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던 장면이 지금도 기억난다”고도 했다.

다케이 의원은 “(징용 해법과 관련,) 일·한이 각각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양국 정상의 리더십에 의해 과제 해결을 향해 전진, 다음 세대 지원 등 미래를 향한 협력 가능성을 높인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외무성 부대신인 그는 “적어도 일본 젊은 정치인들은 한국을 볼 때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은 없다”며 “한국과 일본은 (하루 만에) 배로 오가는 유일한 이웃 국가로, 앞으로 많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존재”라고 했다.

입헌민주당의 후토리 히데시 의원은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냉각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며 “윤 대통령의 3·1절 연설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뒤를 이을 만한 큰 연설”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과 중국의 급속한 군사 확대라는 위기에 똑같이 직면한 중요한 파트너”라며 “작년 8월 서울에서 한국의 젊은 의원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같은 드라마·애니메이션과 일·한 월드컵이라는 ‘공통 화제’를 공유한 세대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는 20년 가까이 ‘아니키(兄貴·형님)’처럼 생각하는 정양석 전 국회의원이 있다”며 “정 의원 같은 선배 정치인들이 양국 관계를 지탱해온 분들”이라고 했다.

1998년 미인대회에 입상, 모델로 활동하다가 2012년 정계에 입문한 시오무라 아야카 의원은 “(한국) 정권이 바뀌고, 양국 관계 개선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나서서 양국 관계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보수도 혁신도 양국 관계에는 초당적인 의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 친구가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산다”는 시오무라 참의원은 “같은 여성 의원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하고 친하다”며 “물론 (정치인마다) 정치사상이라는 게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세대는 만날 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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