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과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조선일보 DB
김여정과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 /조선일보 DB

북한 김여정 당 부부장이 7일 담화를 내고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최근 우리 정부 측에 ‘북한이 ICBM을 태평양에 쏘면 격추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미친 망발”이라고 반발했다. 김여정은 한미 군 당국이 지난달 말 펜타곤과 킹스베이 전략핵잠수함기지에서 ‘핵우산’ 도상 훈련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한 데 대해서는 “우리도 미국에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담화를 낸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15일 만이다.

김여정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본지 24일자 보도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 6일 어느 한국 언론이 지난 2월미 인태사령관이 우리가 태평양으로 ICBM을 발사하면 즉각 격추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면서 “보도의 진위를 알 수는 없으나 사실 여부, 이유 여하를 떠나 명백히 사전경고해두려 한다”고 했다.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지나가는 사이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지나가는 사이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태평양은 미국이나 일본의 영유권에 속하지 않는다”며 “해마다 태평양을 자기 안뜰처럼 여기면서 미군이 실시하는 전략무기시험발사를 만약 제3국이 요격하면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매우 흥미롭다”고 했다. 이어 “그러한 끔찍한 상황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면 자기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나고 미친 망발을 하였는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자국의 영유권이 아닌 태평양 지역에서 북한의 ICBM을 요격한다는 것은 ‘끔찍한 상황’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미친 망발’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태평양 지역에 ICBM을 쏘는 것 자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자 주변국에 대한 도발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 국방부 허태근(가운데 왼쪽) 정책실장과 미국 국방부 러처드 존슨(가운데 오른쪽)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 부차관보 등 한미 국방부·군 관계자들이 24일(현지 시각)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의 미 핵 추진 잠수함 웨스트버지니아함에 탑승했다. 이들은 전날 워싱턴 DC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핵우산’ 도상 훈련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을 실시했다. 한미 ‘핵우산’ 훈련 대표단이 미 3대 핵전력인 핵잠수함을 함께 탄 것은 한미 동맹 70년 만에 처음이다./국방부 제공
 
한국 국방부 허태근(가운데 왼쪽) 정책실장과 미국 국방부 러처드 존슨(가운데 오른쪽) 핵·WMD(대량살상무기) 대응 부차관보 등 한미 국방부·군 관계자들이 24일(현지 시각)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의 미 핵 추진 잠수함 웨스트버지니아함에 탑승했다. 이들은 전날 워싱턴 DC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핵우산’ 도상 훈련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을 실시했다. 한미 ‘핵우산’ 훈련 대표단이 미 3대 핵전력인 핵잠수함을 함께 탄 것은 한미 동맹 70년 만에 처음이다./국방부 제공

김여정은 지난달 22~23일 미 워싱턴 DC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과 조지아주 킹스베이 전략핵잠수함 기지에서 핵우산 도상 훈련을 실시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그는 “이번에 인태사령관이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핵우산) 도상훈련을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메시지를 준 효과가 있는 ‘매우 뜻이 깊은’ 것으로 묘사했다는데 우리도 미국에 보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전략무기 시험은 미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공해·공역에서 주변국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략무기 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을 하면 이는 두말할 것 없는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이런 상황에 대한 군사적 행동규범이 설정돼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ICBM을 태평양을 쐈을 때 미국이 이를 격추 요격하는 것은 ‘선전포고’로 이에 북한도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주장이다.

김여정은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예고했다. 그는 최근 이어진 한미 간 연합훈련을 언급하며 “미국과 한국의 과시성 군사행동들과 온갖 수사는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해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 있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ICBM,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무력 도발을 위반한 상황 등에 대응해 한미가 연합공중훈련 등을 실시한 것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여정은 “우리는 한미 군부의 동태를 빠짐없이 주시하고 있으며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신속하게 압도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 태세에 있다”고 했다.

육군 4성 장군인 김승겸 합참의장(왼쪽)과 미 해군 4성 제독인 존 애퀼리노 인태사령관이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용산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애퀼리노 사령관은 한미 '핵우산' 도상 훈련 다음날인 지난달 24일에는 하와이 미 기지에서 홍석인 주호놀룰루 총영사와의 면담에서 '북한이 괌이나 태평양으로 ICBM을 발사하면 격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합참
 
육군 4성 장군인 김승겸 합참의장(왼쪽)과 미 해군 4성 제독인 존 애퀼리노 인태사령관이 지난해 10월 5일 서울 용산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애퀼리노 사령관은 한미 '핵우산' 도상 훈련 다음날인 지난달 24일에는 하와이 미 기지에서 홍석인 주호놀룰루 총영사와의 면담에서 '북한이 괌이나 태평양으로 ICBM을 발사하면 격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합참

앞서 미 해군 대장인 애퀼리노 인태사령관은 지난달 24일 하와이에서 주호놀룰루 한국 총영사와의 공식 면담에서 “북한이 ICBM을 괌 상공이나 태평양 지역에 쏜다면 이를 즉각 격추할 것”이라며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그는 김여정이 지난달 20일 담화에서 ‘태평양을 북한 사격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정말 미친 발언”이라며 “한미를 놀라게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원하는 대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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