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칼럼
[김승범]김문수 “北 노동단체 연대사 읽는 노조들... 머리띠 두른 모습 겁나”
김승범 기자  |  @chosun.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3.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노동 개혁은 법이 무너진 노동 현장에 법을 다시 세우고, 노동자의 권익과 근로 조건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며 “노조가 개혁에 동참하지 않고 반대를 외치는 것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이태경기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노동 개혁은 법이 무너진 노동 현장에 법을 다시 세우고, 노동자의 권익과 근로 조건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며 “노조가 개혁에 동참하지 않고 반대를 외치는 것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이태경기자

“노동자는 대한민국 경제 기적과 민주화의 주역이다. 노조가 그런 노동자들의 전통을 뒤엎고 있다. 그러면서 가려는 곳은 어디인가. 진정 노동자를 위한 길인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을 만난 지난달 23일은 민주노총 간부 2명이 간첩단 활동 혐의로 방첩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 날이었다. 간첩단 연락책을 통해 북한의 정치투쟁 지령을 받고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의 장기 파업을 주도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때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최근 노조의 행태를 보면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노동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은 법이 무너진 노동시장에 법치를 다시 세우고, 노동자의 권익과 근로조건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라며 “개혁에 동참해야 할 노조가 반대를 외치는 것은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한 배경으로 “정치력과 행정력을 겸비했고 노동 현장 경험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과거 SNS 등에서 한 일부 극우 성향 발언으로 ‘강성 이미지’가 각인돼 노사정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경사노위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고, 국감이 파행됐다. 이 일에 대해 묻자 김 위원장은 “개인적인 정치 신념이 있지만, 지금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노동 개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불법투성이인 노동 현장

-노동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2월 23일 서울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노동계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2월 23일 서울 경사노위 집무실에서 김문수 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가지고 노동계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공사장 정문을 가로막고, 회사 임원을 감금해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리는 게 정상적인 노동운동인가. 대기업 노조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각종 혜택을 누리는데 공장 생산성은 떨어진다. 노조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나머지 노동자는 근로 조건이 열악하다. 저출산·고령화, 일자리난, 산업 전환처럼 노동 문제와 묶어 대응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쌓여 있다. 노동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다.”

-과거 정부는 노동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현 정부 노동 개혁의 핵심은 무너진 법치를 확립하는 것이다. 노조가 약자이던 시절이 있었다. 역대 정부는 노조 표를 의식했다. 이런 환경 속에 노조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으면서 거대 세력이 됐다. 노조가 불법을 저질러도 정부는 노조 눈치를 봤다. 불법에 엄정 대응하지 않으면서 불법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난해 화물연대의 불법 파업 때 현 정부의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자 결국 화물연대는 요구 사항을 관철하지 못한 채 파업을 풀었다. 이전 정부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국민이 현 정부의 대응 방식을 지지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 탄압을 한다고 주장한다.

“정상적인 노조 활동은 법에 보장돼 있다. 정부는 불법을 단속하는 것이다. 소속 노조원을 채용하라고 강요하고, 계약에 없는 월례비를 받고, 그 밖에도 많은 불법이 벌어지고 있다. 비정상적 상태인 노동 현장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노동 개혁이다. ‘법치주의’는 노사 모두에 적용된다. 기업도 노동 개혁을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최근 8개월 동안 건설노조에서 금품 갈취, 채용 강요 혐의로 구속된 건수만 27건이다. 고용노동부가 불법·부당 행위 신고를 받아보니, 노조 간부가 승진 철마다 뒷돈을 받고 조합비 횡령 의혹을 제기한 조합원을 제명하는 등 노조 ‘갑질 사례’가 많았다. 임금 체불과 부당 해고 등 사 측 잘못에 대한 신고도 적지 않았다.

◇법 위에 군림하는 노조 외면당해

김 위원장은 열혈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그랬던 그도 “요즘에는 머리띠를 두른 노조원이 수만 명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민들에게는 어떻겠는가. 공포의 대상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21년 정부·대기업·노조·시민 단체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믿지 않는다”는 비율은 노조가 52.2%로 가장 높았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태경 기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태경 기자

-노조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와 관련 없는 정치 구호를 외치고, 폭력을 행사하는 노조를 국민이 지지하겠나. 법 위에 군림하는 노조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없다. 회계장부 자료 제출 문제도 사측에는 투명성을 강조하는 노조가 왜 조직적으로 장부 공개를 거부하나. 노조가 사회적으로 부여된 권한과 역할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예전 노조 활동과 비교하면 어떤가.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마다 노조가 큰 역할을 했다. 우선 대한민국 건국의 한 축을 맡았다. 광복 후 노동계를 장악했던 좌익 노동 단체(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에 맞서 싸워 이긴 단체(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가 한국노총의 전신이다. 노조는 경제 기적의 주체였다. 내가 노조 활동을 하던 1970년대엔 노조가 정권을 비판해도 일을 할 때는 열심히 했다. 노조는 민주화의 주역이기도 했다. 남의 얘기도 들을 줄 알고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문화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민주노총은 노동과 관련 없는 미군 철수를 외치고 있다. 작년에는 ‘반통일 세력의 대결 망동을 짓뭉개 버려야 한다’는 조선직업총동맹(북 노동단체)의 연대사를 읽었다. 또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노동 해방을 주장한다. 시대착오적이다. 노조는 조직과 집단의 힘으로 노조원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과 선택을 억누르고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화 전통은 어디로 갔나. 세계적으로 한국 노조만큼 전투성이 강한 조직이 없다. ‘영국병(病)’을 불러왔던 탄광노조는 저리 가라다. 노조가 변하지 않으면 영국보다 훨씬 심한 한국병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노조 본질’ 집중하는 MZ노조 새 바람

-MZ 노조가 주목받고 있다.

“새로고침 노동자 협의회(20~30대 MZ세대 근로자 주축 노조 연합체)는 정치투쟁과는 선을 긋고, 근로 조건 향상에 집중하겠다, 정과 상식에 기반한 노동 운동을 펼치겠다고 한다. ‘노조의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건데, 국민들은 물론 많은 근로자가 노조에 기대했던 게 바로 이런 가치였다. MZ노조는 거대 노조 앞에서 거침이 없다. 정치적·이념적으로 편향되지도 않았다. 이들이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기성 노조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성 노조가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건가.

“양대 노조의 법적 대표성은 부인할 수 없다. 노사 협상에서 최대 노조가 유일 교섭권을 가진다. 그런데 국내 노조 조직률은 14%다. 이들이 노동 권력을 독과점하고 있다. 나머지 86%의 목소리까지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힘센 노조가 고용 안정성과 임금을 보장받고 이익을 지키는 동안 하청과 비정규직에게 돌아갈 파이는 줄고 있다. 이 같은 이중구조 완화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금 체계 개편과 연결돼 있는데, 기성 노조가 순순히 응할지 모르겠다.”

◇노란봉투법은 노사 갈등 조장하는 법

-야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2009년 3월 31일 경기도 용인 죽전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자선 바자회에 참석한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와 아내 설난영씨(왼쪽)./뉴시스
 
2009년 3월 31일 경기도 용인 죽전 신세계 백화점에서 열린 자선 바자회에 참석한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와 아내 설난영씨(왼쪽)./뉴시스

“이 법이 통과되면 하청 회사가 원청 회사를 상대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파업 천국인데 노사 갈등을 조장하는 거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사용자’의 범위와 개념이 모호해 노동 현장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질 거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가담자 각각의 귀책 사유나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다르게 하라고 하는데 기업이 이를 일일이 구분하는 게 가능할까.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손해는 미래 세대와 노조 없는 하청 업체 약자들이 입는다. 영세한 기업인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양대 노총은 ‘노동계 선배’인 김 위원장의 경사노위 위원장 임명에, 노조에 대한 과거 그의 비판적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경사노위에서 탈퇴한 민노총은 말할 것도 없고 한노총도 경사노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노사정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경사노위가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이 있다.

“나는 노동 현장을 잘 안다. 아내(설난영 전 한국여성노동자회 부회장)와는 노동운동을 함께하다 결혼했고, 친형도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노조에 문을 활짝 열어놓았을 뿐 아니라, 직접 찾아가 계속 설득할 거다. 경사노위야말로 노조의 말을 가장 잘 들어줄 수 있는 정부 조직이다. 현장 노사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노동개혁과 사회적 대화의 시작이다. 가능한 한 많은 노조와 기업인들을 만날 수 있도록 달려가겠다. 양대 노총에 속하지 않은 노동자 권익 향상에도 힘쓸 것이다.”

☞김문수

1951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을 하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제적됐다.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 한일도루코노조위원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1985년 구로동맹파업 이후 서울노동운동연합 결성을 주도했다. 1990년 원외 진보 정당인 민중당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경기 부천 소사에서 출마해 1996년부터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당선되고, 2010년 재선됐다. 지난해 10월 경사노위 위원장에 취임했다.

김승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