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일가족 5명 등 7명이 8일 오후 2시(한국시각 오후 3시)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의 미국 총영사관과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을 시도, 미국 총영사관에는 2명이 진입하는 데 성공했으나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려던 일행 5명은 중국 무장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하려다 체포된 탈북자들은 지난해 6월 한국으로 망명한 장길수(17)군의 친척인 김광철(28)씨 일가족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행은 길수군 어머니의 고모인 정경숙(53)씨와 길수군 어머니의 고종사촌인 김씨, 김씨의 부인 이성희(26)씨, 딸 한미(2)양, 김씨의 동생 성국(26)씨 등이다.

이들 중 2명은 총영사관 사무실까지 들어갔으나 1시간쯤 뒤 중국 경찰이 총영사관으로 들어가 이들을 연행해 나왔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영사관 직원들은 연행을 저지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이 말했다. 나머지 3명은 정문 경비요원들에게 제지당해 진입하지 못했다. 이들 5명은 중국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문제가 한·중·일 3국간의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 경찰이 영사관 내로 들어와 탈북자 2명을 임의로 연행해갔다고 주장, ‘공관 불가침권’을 무시했다며 이날 오후 주중대사관을 통해 중국 외교부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가족 처리문제와 관련, 외교통상부 추규호 아태국장은 “중국 정부가 이들에 대해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하고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총영사관 진입에 성공한 또다른 탈북자 2명은 김광철씨 일가족과 무관한 송용범(38)·차광복(36)씨로, 이들은 총영사관 인접 양식집에서 담을 넘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의 탈북자 7명은 ‘거사’에 앞서 탈북자 지원단체를 통해 본사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 망명’을 요청했다.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북한 실태를 의회에서 증언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광철씨 부인 이성희씨의 외삼촌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와 이미 망명에 관한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삼촌은 뉴저지에 거주하는 건축설계사 남신우씨로, ‘링컨 대통령’을 한국어로 번역한 교민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장길수군 일가족 7명은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北京)의 유엔난민담당관실(UNHCR) 사무소에 진입, 한국에 망명을 요청한 끝에 목적을 이뤘다.
/ 瀋陽=呂始東특파원 sdy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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